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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Oct 27. 2024

Haru23 _ 나에게도 물어보기

넌 괜찮아? 무거운 눈물을 참지 마.

당연하던 일상이 물음표로 가득해지는 때가 있었다.

평범하디 평범했던 큰아이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보통의 길에서 벗어나면서 내겐 삶에 대한 물음표가 혹은 느낌표가 마음속에 생기기 시작했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일을 하면서도, 완벽하지는 않아도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엄마로 충실히 살았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만 소명감을 가졌고

남부러운 것들도 있었지만 내게 주어진 것들과 상황들에 적당히 만족하며 감사한 마음도 가졌다.

요리를 비롯한 집안일에 손이 빠른 주부가 아니었지만, 사 먹는 반찬에 반항심(가계부를 생각하면 할수록)이 있었고

손가락, 손목, 어깨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미련을 떨며 일부 의복에는 손빨래를 고집하는 이상한 똥고집을 부렸으며

환경을 생각한답시고 가족들이 대충 던져 놓는 재활용품은 다시 손을 대어 정리했다.

사교육의 틀에 조금이라도 늦게 진입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자료를 찾아 아이들의 보충교육을 하고자 했지만 사실상 그것도 나의 의욕만 앞서다 보니 바퀴가 따로 도는 형상이었다.

그럼에도 그냥 내 만족이었고, 생겨먹은 대로 사는 나의 인생철학(너무 거창하지만)을 자연스럽게 누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예상하지 못한 시련이 오니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의 시간이 더 가치로웠고, 다른 이들의 물질이 더 커 보이고, 다른 이들의 행복이 더 따뜻해 보였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다시 집안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짜증이 났다.

나만 남편의 상황과 아이들의 상황, 부모님들이 상황을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해 가야 하는 것 같아 화가 났다.

그동안 마음에 담았던 경제관과 교육관에 에너지를 쏟아 온 내가 뭘 했나 싶었다.

나는 어느새 나와 나의 시간들을 부정하고

내 마음도 아프고 있다는 것을 놓치고 있었다.


문득 마음속에 꽉 막힌 뭔가가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날은 마음이 아무런 색을 띠지 않는다. 아무것도 아닌 것. 그래서 내가 없어지는 느낌이 드는 그런 날.

이런 날이 많아지고 나도 그 마음의 아픔을 알아채지 못하면 내 속에도 가득 병이 채워지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나는 나의 감정과 현실을 굉장히 이성적으로 파악하는 사람이다.

아직은 해야 할 일도, 챙겨야 할 것들도 많은 나인지라…

내 마음에 경고등이 켜질 것 같은 때가 오면 나만의 매뉴얼을 가동한다.

나를 응원하는 것과는 또 다른 셀프케어.

나에게도 물어본다.

‘넌 괜찮아? 힘들면 힘들어하고, 아프면 아파해도 돼. 참지 마.‘

스스로를 챙기는 말에는 눈물이 뒤따르기도 하지만 한바탕 엎드려 울고 나면 뻥 뚫린 마음이 제법 속이 시원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신철규 시인의 시 속의 슬픔은 다른 결이 숨어 있겠지만… 나는 이 구절을 나를 위해 해석하기로 했다.

마음이 무거운 어느 날은 이 구절을 펼치고 마음껏 울면 돼.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 신철규 (눈물의 중력)/ 지구만큼 슬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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