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계산적인 느낌이 가득한 어휘였지만, 다른 방향에서 보면 합리적인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아버지 세대와 내 청년 시절에 종종 볼 수 있었던 ‘내가 낼께’는 약간의 정, 약간의 허세, 약간의 나눔, 약간의 꼰대스러움 등이 뒤섞인 추억의 감성(나름 그렇게 표현한다면야)이 되었다.
사실상 다른 사람보다 내가 대가를 더 치러야 한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손해를 보는 느낌을 주기도 해서 좋은 의도의 ‘나눔 혹은 기분 좋은 대접’이 계산적인 생각으로 변하기도 했다. (유년시절 아빠의 ‘내가 낼께’ 뒤에 늘 가정살림에 빠듯했던 엄마의 엄청난 잔소리 후폭풍이 나의 뇌리에 박힌 탓도 있는 것 같다. )
하지만 실시간 세태를 접할 수 있는 현실의 시대인 지금은 give & take가 굉장히 편리하고 깔끔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특히 물질의 주고받음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감정의 영역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사람의 관계에서 서로에게 표현하는 감정이 담긴 행위의 무게가 정확하게 똑같기란 쉽지 않다.
사랑을 ‘이만큼’ 줘도, ‘요만큼’만 받거나 전혀 되돌려 받지 못하는 짝사랑은 대표적인 감정 적자 행위다.
배려도, 관심도, 믿음도, 도움도, 그 밖의 어떤 것들도 주는 만큼 받을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다정함은 다정함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다정함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다정한 사람은 말 한마디, 문자 하나에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은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찰나만으로도 나의 하루는 왠지 괜찮아진다.
남편 없이 아이들과 바다를 건너 여행을 갔었다.
치안이 좋은 일본이었지만 나 혼자 아이들만 데리고 가는 첫 여행이었고 큰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더 예민해서 피곤했고 욕심껏 맛집과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여행카페나 인터넷으로 좋은 정보들을 접하기 쉬워서 호텔 로비(우리가 묵은 호텔은 로비에 휴게공간과 주방시설이 구비되어 게스트하우스 같은 느낌의 아파트먼트형 호텔이었다)에서 늦은 아침을 먹으며 한참 여행 정보 검색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곁의 널따란 탁자에서 혼자 아침을 먹고 있던 20대의 젊은 아가씨가 우리를 살피는 느낌이 들어 아이들에게 조용한 대화를 상기시켰다. ‘목소리가 너무 컸나….’ 눈이 마주치고 서로 웃으며 가벼운 인사를 나누었다. 몇 년 동안 일본에서 유학을 했다는 그녀는 한국으로 복귀했다가 며칠 조용한 여행을 마치고 출국하는 날이라고 했다. 부담스럽지 않게 자신의 경험과 현지인만 알 수 있는 정보들을 나누어 주더니 환한 웃음으로 즐거운 여행이 되길 기원해 주었다. 예민한 안테나를 꽂고 있던 나는 여행을 즐기는 그녀의 생기 넘치는 말투와 기분 좋은 표정으로 기분이 좋아졌고 아이들도 다정한 여행자의 호의에 여행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었다. 자신의 자리를 정리하고 자리를 뜬 그녀는 다시 우리에게 오더니 음료수 한 병을 건네주었다.
“이거 제가 유학할 때 자주 마시던 음료수인데, 마침 여기 자판기에서 팔고 있네요^^ 가격도 착하고 맛있어요. 즐거운 여행 보내셔요”
귀여운 스마일이 새겨진 사과 음료였다.
예상치 못한 뜻밖의 다정함은 감동을 선사한다.
아이들과 나는 너무 고맙고 감동스러워서 작은 가방과 주머니에 있던 달콤한 간식을 호들갑스럽게 답례하는 것으로 이름 모를 여행자를 배웅했다.
이후 나와 아이들에게 후쿠오카는 더 이상 낯선 장소가 아니라 따뜻한 인연의 여행지가 되었고,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더해서 우리 아이들도 여행지에서 만났던 대부분(몰상식한 여행자를 제외하고)의 사람들에게 다정하고 싶어 했다^^
다정한 말에는 꽃이 핀다는 말이 있다.
예쁜 꽃집에서 꽃을 사서 눈과 기분을 채우는 것도 좋겠지만
오늘은 마음에 꽃을 채우는 것은 어떨까…
다정함이 다정함+기분 좋은 설렘으로 돌아오는 마법을 경험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면
먼저 다정하자!!
나의 다정함이 누군가의 마음에 꽃을 피우고 향기가 되어 나의 마음에도 환한 꽃다발을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