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라 마디간과 '곡예사의 첫사랑'

by 정태영

80 후반의 한 선배분이 학교 동문 카톡방에 엘비라 마디간의 주제 음악(theme music)을 올렸다.


오랜만에 보는,

처음 들었을 때 그 감미로움과 슬픔, 잔잔함에 매료되었던 느낌이 다시 떠올라

클릭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e8TMK6z4dNM



그리고 다음과 같이 써서 올렸다.


“영화의 배경 음악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콘서트 21번 곡을 접목시킨 점이 아주 훌륭한 조화를 이룹니다. 접목 자체가 창작입니다.

엘비라 마디간 버전의 모차르트 피아노 콘서트 21번.


1890년대 신분 사회에서 서커스의 줄타는 소녀와 귀족 출신의 기병대 장교와의 사랑이야기는 화제를 낳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얼핏 1820년대 프랑스 신분 사회를 그린 스탕달의 <적과흑>이 떠오름니다.

귀족 사회에의 열망과 평민 줄리앙 소렐의 이야기.


"나폴레옹 덕분에 프랑스는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주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직 가문과 돈만이 모든 문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천재는 영원히 지하에 갇혀 지내야 하는 것인가?"



그러한 시대적 배경을 영화의 뒷 배경에 깔면, 역사적 서술을 더하면 영화 역시 명작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헌데 문득 한국 가요 <곡예사의 첫사랑>이란 노래가 생각나더군요.


이 노래는 엘비라 마디간 버전의 모차르트 피아노 콘서트 21번과는 사뭇 다른 감성으로 곡을 전개하는 것이 대비됩니다.

가수(박경애)의 목소리와 표정이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같은 곡예사의 첫사랑 이야기를 한 테마로 하고 있지만요.


그런데 한국 그 가요를 부른 가수를 얼핏 지나가는 스크립트로 보니 사망했다고 해서 찾아보니 이미 고인이 된지 20년도 넘었어요. 50세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입니다.


그걸 보니 그의 노래가 더욱 애절하고 처절하게 들립니다.


슬픈 노래에 짧은 나이의 죽음이라는 것이 덧칠해지니 말이죠.

슬픔에 슬픔이 덧칠해지는 겁니다.





# 덧칠한다는 말이 나오니 헤겔이 철학자의 임무를 “회색에 회색을 덧칠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이 말은 잘 알려진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되면 날기 시작한다”라는 철학적 명구를 설명하는 것으로 헤겔이 그의 저서 <법철학>에서 서술했던 부분입니다.

즉 철학자는 현실을 분석하고 명상하는 것이지 미래를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한 말입니다.


즉 철학자의 임무는 이미 지나간 현실 – 하루로 말하면 아침부터 저녁 무렵까지이지요. 지나갔으니 회색입니다 - 을 사색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지나간 현실(회색)을 냉철한 이성(회색)으로 칠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흐릿함에 흐릿함을 칠하면서 더욱 흐릿해 보임이 부각되는 것입니다.


헤겔은 철학자의 임무는 지나간 과거의, 젊은 날의 화려함과 생동함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미래를 예견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미래를 점치는 철학자들이나 점쟁이들에게 헛소리 말고 반성(refletion, 성찰)하라고 일갈하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지나간 현실의 이성적 분석과 해석을 통해 미래의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암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다시 더 문건을 찾아보니

엘비라 마디간(본명 Hedvig)이 더 시적이고 문학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적 소양이 묻어 보입니다.

그녀의 사후 발견된 그녀의 노트의 글입니다.


A drop fell into the water,

faded out slowly.

And the place where it fell

surrounded from wave to wave.


What was it that fell?

and where did it come from?

It was but a life,

and but a death that came

to win itself a track.

– - –

† Now the water rests once again.


Hedvig



# 한 곡 감상하세요~.








**** 주 :

1. 소설 속의 줄리앙 소렐은 나폴레옹 시대를 그리워한다.

평민 출신도 실력만 있으면 영웅이 되어 출세할 수 있었던 그 시대를….


줄리앙은 나폴레옹 시대였다면 군인이 되어 장군이 되었을 자신의 운명이, 지금은 일개 가정교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그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나폴레옹 시대였다면 나는 대포알 세례를 뚫고 전진하여 장군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보잘것없는 검은 옷을 입고 돈 많은 자들의 비위나 맞춰야 하는 신세라니!"


1820년대에는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시대가 끝나고 복고왕정 시대로 다시 복귀한 시대였다. 복고왕정 시대에 단두대에 의해서 목이 날아간 루이 16세의 남동생이 다시 왕이 되었다.

그리하여 프랑스는 다시 구체제 비슷한 신분 사회로 돌아갔다.


복고왕정 시대에는 철저히 나폴레옹 그림자를 지웠다. 예를 들어 나폴레옹 가문을 박해하고 해외로 추방시켰다.

나폴레옹 시대는 '기회의 평등'의 시대였다. 전통적 귀족 중심 질서가 무너졌다.

출생이나 가문이 아닌, 개인의 재능과 노력에 따라 교육을 받고 공직에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예를 들어 실제 인물 조아생 뮈라 (Joachim Murat)는 여관집 아들이었다. 신분제 사회였다면 평생 술을 따랐겠지만, 기병대에서의 탁월한 능력 덕분에 나폴레옹의 매제가 되었고 나중에는 나폴리 국왕의 자리까지 올랐다.



2. 엘비라 마디간과 그의 연인 장교.


*** 실제 인물.

장교엘비라.jpg



덴마크 서커스단의 줄타기 무용수 엘비라 마디간(당시 21세)과 아내와 두 아이가 있던 스웨덴 귀족 출신 육군 중위 식스텐 스파레(35세).

이들은 1889년 6월 20일, 덴마크 트로에시 (Tåsinge) 섬의 숲속에서 함께 생을 마감하여 당시 세간에 큰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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