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2020년 12월 31일 둘째 봄봄이가 태어났다.
임신 30주 5일 만에 1602g으로 태어나버렸다.
병원에 도착하여 소아중환자실 앞에서 벨을 누르고 봄봄이 엄마라고 하자 바로 소아 중환자실 봄봄이 담당 교수님이 나오셨다. 지금 봄봄이의 상태를 알려주셨다. 교수님도 응급 전화를 받고 병원에 나왔다고 하셨다.
- 봄봄이는 지금 수술방에 들어가 있습니다. 저번 기관삽관할 때도 겨우 했었는데 이번에 하려고 보니 기도가 바늘구멍보다 더 좁아져 있었어요. 기관삽관이 계속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는 중에 산소포화도가 계속 떨어지고 힘든 상황이 계속되다 응급으로 기관절개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 지금은 괜찮죠? 그렇게 하면 살 수 있죠?
- 수술방에 갔으니 최선을 다해야죠. 그리고... 어머니... 봄봄이가 기관삽관이 안되는 중간에 산소포화도가 계속 떨어져 결국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합니다. 심정지가 왔다고.. 당시 상황을 보지 못해서 기록상으로 보니 6분정도 시행했다고 합니다. 수술이 잘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더라도 예후가 어떻게 될지를 봐야 할 것 같아요... 아기들이 기관절개를 해서 캐뉼라를 해도 보통 어느 정도 크면 대부분 다 뺄 수 있으니 그건 경과를 두고 보면 괜찮을 거 같은데 CPR 예후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난 교수님이 말을 하는 동안 계속 울었다. 이게 뭔 개떡같은 상황인지... 심정지라니... 심폐소생술이라니... 난 그런 줄도 모르고 기관삽관한다는 전화에도 예상했다며 다시 잠을 자고 있었다. 내가 무슨 엄마라고... 교수님은 지금 봄봄이 수술방에 들어갈 거라며 다시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난 착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난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왔고, 남의 슬픔에 같이 공감하려고 노력했었다. 난 착하진 않지만 이런 벌을 받을 만한 나쁜 사람도 아닌 것 같은데... 천주교지만 코로나를 핑계로 임신을 핑계로 성당에 안 나간 지 꽤 되었다. 그러나 봄봄이가 아프면서 마음속으로 다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신랑한테 울면서 전화를 했다. 신랑도 그냥 말없이 듣기만 했다. 내가 운다고 물어보진 않았지만 신랑도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신랑의 슬픔이 나보다 작지 않았지만 신랑은 오히려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수술실에서 봄봄이 보호자를 찾았다. 수술이 끝난 후 이비인후과 교수님과 중환자실 교수님이 같이 나오셨다. 이비인후과 교수님이 수술방에서 봤더니 기도가 많이 좁아져 있어서 결국 기관절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성문하협착증으로 선천적으로 좁아져 있는 데다가 몇 번 중환자실에서 기관삽관도 했었고 그게 합쳐서 이렇게 된 것 같다. 수술은 잘 되었다. cpr 이 있었다고 하니 예후를 잘 보자고 하셨다.
그래... 일단 살았자나...성문하협착증. 네이버에 찾아봐도 제대로 된 설명은 잘 없었지만 열심히 찾아보았다. 찾아보는 사이 봄봄이를 볼 수 있다하여 중환자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