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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봄봄 Oct 19. 2021

잠깐 행복한 꿈을 꾸다

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2020년 12월 31일 둘째 봄봄이가 태어났다.

임신 30주 5일 만에 1602g으로 태어나버렸다. 

드디어 3월 10일, 내일이나 모레 병동으로 올라갈 수 있으니 나에게 코로나 검사를 받아두라 했다.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에 가는 길에 봄봄이를 보러 중환자실에 다녀왔다. 사진뿐이었지만 행복했다.

     

3월 11일, 봄봄이가 드디어 병실로 왔다. 딱 봐도 건강해 보였다. 기관삽관을 제거하고부터는 폐도 괜찮아지고 콧줄로 먹던 분유도 입으로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기들은 어른들과는 다르게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하더니 어제 중환자실에 있던 모습과는 천지차이였다. 비록 기도삽관을 제거한 지 얼마 안돼서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정말 감사하였다.     

첫째에게는 엄마... 봄봄이 데리러 갔다 오겠다고, 빨리 올 거니까 할머니 아빠 말 잘 듣고 있으라고, 울지 않고 잘 있으면 아빠가 선물도 줄 거라는 약속을 하고 하루 전부터 아이가 최대한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려고 노력했다.      


소아중환자실에서부터 봄봄이는 소아외과에서 소아청소년과로 변경되어 치료받고 있었다.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교수님이 봄봄이를 봐주셨다. 교수님이 직접 하루에도 몇 번씩 봄봄이의 상태를 체크해 주셨다. 봄봄이는 날이 갈수록 건강해지는 것 같았고 매일 촬영하는 x-ray에서도 폐가 점점 펴지고 있었다. 같은 주 금요일, 교수님이 다음 주 월요일도 x-ray와 호흡 괜찮으면 화요일 퇴원하자고 하셨다. 봄봄이는 목소리도 점점 돌아오고 있어요, 분유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지내고 있었다.   

   

3월 15일 월요일, 검사 결과 다 좋아져서 내일 퇴원이 결정되었다. 드디어 집에 가는구나... 첫째랑도 아침에 통화하면서 오늘 울지 않고 어린이집 가면 내일 엄마 갈게... 봄봄이 데리고 갈게... 첫째는 어린이집에 가서 선생님께 오늘이 제일 행복한 날이라고... 엄마랑 봄봄이가 집에 오는 날이라고... 자랑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 밤, 봄봄이가 호흡이 좀 이상해졌다. 숨 쉬는 게 다시 힘들어 보였다. 간호사가 가래가 있나 해서 석션을 해주었고 잠시 괜찮아져서 다행이었는데 새벽에 다시 호흡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3월 16일, 퇴원일이라 x-ray검사도 없었다. 오전 회진 때 교수님이 오셔서 어젯밤과 새벽에 봄봄이가 호흡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보여드렸고 지금 상태를 보시더니 다시 x-ray 찍어보자고 하시면서 바로 퇴원은 어려울 거 같고 오후까지 보자고 하셨다. 그런데 x-ray 검사 결과 폐는 어제와 다를 게 없다고 하셨다. 내가 보기엔 새벽보다는 호흡이 좋아진 것 같아 첫째가 기다릴 생각에 교수님께 그럼 오후에 퇴원을 하고 집에서 네뷸라이져 하면서 지켜보면 안 되겠냐고 했다. 교수님도 처음에는 조금만 더 지켜보고 그렇게 하자 하셨는데 봄봄이의 호흡이 다시 점점 나빠졌다. 오늘 퇴원은 안된다고 하셨다. 그때까지는 봄봄이가 조금만 더 있으면 다시 좋아질 거라는 생각에 첫째가 더 걱정이었다. 오늘 엄마가 온다고 엄청 좋아했는데... 첫째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첫째가 하원을 한 뒤 친정엄마가 첫째를 병원에 데리고 와주셨다. 친정엄마가 봄봄이를 잠시 보는 동안 첫째를 데리고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책도 읽어 주었다.  

그 사이 봄봄이는 상태가 계속 나빠지고 있었다. 친정엄마와 첫째가 집으로 돌아갔다. 첫째는 나랑 헤어질 때는 씩씩하게 인사하고 가길래 다행이다 했는데 저녁에 친정엄마와 통화해보니 첫째가 돌아가는 길 병원 주차장에서부터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차 안에서 계속 울고 다시 엄마한테 가자고 떼를 썼다고 한다.  

    

이제 좀 퇴원하고 집에 가나 했더니 봄봄이는 다시 호흡이 나빠지고 첫째는 울고 이 상황이 정말 짜증이 났다. 봄봄이는 다시 산소공급을 해야 할 상황이 되었고 중환자실로 다시 내려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왔고 그때부터 금식을 하였다. 저녁이 되어서 신랑이 왔다. 신랑도 오늘 퇴원한다는 애가 다시 산소공급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많이 속상해했다. 봄봄이는 저녁에는 호흡하는 게 힘든지 계속 울었다. 


신랑이랑 내가 계속 안고 달래주었는데도 봄봄이의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너무 우니까 호흡도 더 나빠지고 중환자실 선생님들이 자주 와서 진찰하고 갔다. 또 얼굴도 부어있었다. 난 어디가 아픈가 하고 몸을 이곳저곳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팔뚝이 너무 딴딴했다. 옷을 벗겨보니 오른쪽 팔뚝부터 손까지 퉁퉁 부어있었다. 팔뚝에 라인을 잡고 있었는데 금식을 시작하면서 수액량을 갑자기 늘려서 부은 것 같다고 하셨다. 너무너무 짜증 났다.  

    

라인을 얼른 빼고 나니 봄봄이는 조금 진정되었고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중환자실 선생님들도 조금 진정되었으니 좀 더 지켜보자고 하셨다. 신랑은 첫째를 돌봐야 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밤 11시쯤 좀 진정되나 싶던 봄봄이가 다시 울면서 호흡이 가빠졌다. 숨 쉴 때마다 갈비뼈 쪽이 움푹 들어갔다. 병실에 올라와서 그런 모습은 처음 보는 거라 너무 무서웠다. 다시 중환자실 선생님들이 와서 진찰을 돌아가면서 하더니 아무래도 중환자실로 다시 내려가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더니 잠시 후 중환자실로 가는 이송 침대가 왔다. 결국 3월 17일 새벽 12시에 봄봄이는 집이 아닌 중환자실로 돌아갔다.     


봄봄이가 중환자실로 들어가고 다시 병실로 올라가 짐을 쌌다. 어제가 퇴원이라 그 전날 짐을 싸 뒀었다. 병실 옆에 보호자가 축하한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런데 이렇게 또다시 나 혼자 집으로 가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짐을 다 싸고 다시 2층 중환자실에 앉아 있었다. 혹시나 오늘 한번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오늘은 기관삽관도 해야 하고 처치할게 많아서 내일 오전 면회가 가능할 때  전화를 주겠다고 하였다. 중환자실 처치 동의서 중심정맥관 동의서를 작성하고 짐을 챙겨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였다. 또다시 미안함과 죄책감이 들어 계속 눈물만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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