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출산 전 아주 건강했던 여성이었습니다.

강했던 나, 잃어버린 나

by 달려라물개


나는 아주 건강한 사람이었다. 하루 20km가 넘는 거리를 걸어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10km 마라톤도 거뜬히 달렸다. 주 3회 이상 달리기를 하고, 주기적으로 등산을 다닐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철인 3종 경기에 나가고 싶어서 잠시 동호회에서 활동도 했었다. 보통의 여성들보다 체력이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체력적으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랬기 때문에 출산 후에도 그 누구보다도 회복이 빠를 것이라 자부했다.


임신 중에는 달리기 대신 주 2회 수영을 다녔다.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가리지 않고 수영했고, 배가 덜 나왔을 때는 25명이 넘는 우리 반에서 잠시 3번, 4번 자리에 서기도 했다. (수영장에서는 수영을 잘하는 순서대로 앞에서 선다) 출산 2주 전까지 수영을 했다. 임신 9개월 차에는 태교 여행을 위해 남해를 다녀왔는데, 바다 수영도 하고, 남해 금산(보리암)까지 등산도 다녀왔다. 흔히 임산부는 절대적인 안정을 취해야 하고 운동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평소 운동을 해왔던 사람이었기에 임신 중에도 운동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고 몸이 편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찌뿌둥했고, 심지어 두통, 메스꺼움 등 입덧 증상이 나타났다. 즉 임신 기간 동안에 유일하게 운동할 때만 입덧 증상이 없었다.


이렇게 임신 중에도 열심히 운동을 했으니 출산 과정도 순탄할 것이라 믿었고, 금세 회복해서 예전처럼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얼마 가지 않아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나는 출산 후 굉장히 많이 아팠다. 드퀘르벵 증후군, 허리디스크 4번 5번, 무릎연골연화증, 3개월 간의 부정출혈, 자궁경부암 52번 바이러스, 질염, 구내염, 꼬리뼈 염증이 동시다발적으로 연쇄적으로 나타났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허리디스크 4번 5번 진단과 꼬리뼈 염증이었다. 흔히 임신 중에 환도선다를 많이 겪는다고 한다. 나는 임신 기간에 단 한 번도 겪지 않았다. 그래서 같은 임산부로서 '그게 그렇게 아픈가? 많이 아픈가? 얼마나 아픈 거지?'라며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허리디스크와 꼬리뼈 염증이 생기면서 나는 서지도, 앉지도, 눕지도 못했다. 어떤 자세를 취해도 허리, 엉덩이가 아팠다. 너무 아파서 밤새도록 울었던 적도 있다.


살면서 내 건강을 의심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랬기에 출산 후 내 모든 건강이 무너지면서 멘탈도 무너졌다. 몸이 아프니 마음까지 아픈 건 시간문제였다. 몸도 마음도 빠르게 병들어갔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나처럼 아픈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디에도 없는 날 것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말한다. 출산 후 6개월 내에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그 골든 타임에 살을 빼지 않으면 임신으로 인해 늘어난 복직근이개가 그대로 굳어져 뱃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SNS를 보면 출산 후 다이어트와 관련된 글과 영상이 많다.


그런데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다. 건강한 다이어트도 중요하지만 우선 몸이 회복해야 한다. 많은 산모들이 그 골든 타임을 지키기 위해 운동하다가 종종 부상을 입는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내 여동생은 산후조리에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뱃살 빼겠다고 훌라후프 하다가 허리 디스크가 터졌다)


슬프게도 나는 출산한 지 1년이 다 되었지만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희망을 갖고 재활에 노력한다. 주 2회씩 요가를 하고, 하루 30분 이상 바른 자세로 걸으려고 한다. 산책할 때는 날이 더워도 햇빛을 쬐려고 한다. 그래야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 아기를 안아야 할 때는 허리 보호대를 착용하고, 허리가 너무 꺾이지 않도록 신경 쓴다. 육퇴 후 허리 온찜질을 하고, 손목 파라핀을 하며 통증을 예방한다.


부디 이 글은 산모의 회복기에 대해 자세하게 풀어낸 경험담이 되었으면 한다.






잘 뛰지는 못 해도 달리기 참 좋아한다.

언제 다시 맘 편히 뛸 수 있을까?



24년 8월.

임신 8개월 차에 여행 간 안동.


안동 선유줄불놀이 보기 위해 폭염에도 땀 뻘뻘 흘리며 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순산을 기원하며 그리고 새해가 건강하게 태어나길 바라며 조용히 기도해 본다.



임신 9개월.


출산 3주 앞두고 태교 여행으로 남해 상주은모래비치로 놀러 갔다.


바다 수영하니 새해도 엄마 뱃속에서 수영을 하는 걸까? 이따금씩 태동이 느껴진다.



남해 금산(보리암)에 다녀왔다.


부처님께 순산 기원하며 소원 빌었다.

(나는 무교에 가까운 불교다)


배가 무거우니 자연스레 배가 앞으로 나오고 허리가 꺾이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출산 2주 앞두고 집 근처 호캉스 다녀왔다.


이유는? 수영이 너~ 무 하고 싶어서!

이 날, 수영 뽕 뽑았다!



수영 신나게 하고 해 넘어가는 걸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른다. 수영.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