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나무위키가 사람을 다 버려놨어

자기검열로 억압받는 글 쓰는 이의 푸념

by 피디아

나는 나무위키를 좋아한다, 진심으로. 이건 비꼬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잡다한 지식을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나 같은 인간에게 나무위키처럼 친절하고, 빠르고, 심지어 재밌는 지식 플랫폼이 드물다. 단순한 사실 나열이 아니라 맥락과 연결, 사회적 농담까지 던져주니 아이러니를 좋아하는 나의 글쓰기 출발점으로 완벽하다. 어쩌면 나의 글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 어머니는 완벽주의자신가 보다.
그리고 조금... 폭력적이다.

나는 나무위키를 내 글의 어머니라고 칭했지만, 사실은 회초리를 든 엄격한 어머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했건만, 이 분은 팩트라는 몽둥이로 내 글을 후려치신다.
몽둥이를 얻어맞고 자식 같은 글들이 털썩 주저앉는다. 나는 결국 일기장에 몰래 푸념을 쓰기 시작한다.



요즘은 유머 커뮤니티 댓글창에도 "이건 구조주의적 해석인데요?" 하는 학술적 용어가 난무한다.
말빨이 아니라 논문빨로 싸우는 시대. 바야흐로 나무위키의 시대다.
그래서 요즘 글을 쓴다는 건 생각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검증에 통과하는 느낌이다.

문제는 나의 사고방식이다.
나는 흐름으로 이해하고, 아이러니에서 출발해 생각을 돌리는 스타일이다.
사고의 순서를 탐험해서 납득 가능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걸 쓰면, 꼭 튀어나온다.

"학술적 근거는요?"

그 말을 보는 순간, 겨드랑이에 땀이 찬다.
물론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글은 팩트를 기반으로 써야 한다. 적어도 틀리지 않는 글을 써야 한다.

... 그렇지만 말이다.
나는 그냥 생각을 돌려보다가 '이건 써봐야겠다'싶어서 쓰는 사람이다.
사고의 흐름을 기록하고 싶을 뿐이다.
오기에 차서 이렇게 말하면 또 이렇게 돌아온다.

"그건 니 생각이고."

그러면 또 할 말은 없어진다.
그렇게 무력감이 쌓이고
억울함이 커져가면 결국

나는 다시 나무위키를 연다.

'혹시 놓친 이론이 있나, 이미 반박된 개념은 아닐까, 내 사유는 틀렸을까?'
그렇게 나는 과학적 당위성을 확인하기 위해 나무위키를 켠다.
그렇게 생각이 아닌 검열된 잔재만 남는다.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하는 시간보다 팩트를 확인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시대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는 생각하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고 있는데
정작 내 글을 쓸 때는 틀린 부분 체크하는 호랑이 선생님이 되는 기분이다.

글은 팩트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건 맞다.
하지만 모든 글이 논문이 되는 세상은 살짝 두렵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글을 쓰기 위해 메모장을 켜고 글을 쓴다.
누군가는 이 무서운 상황에서도 자기 생각을 글로 써내려가야 할 테니까.
그리고 생각한다.

'엄마가... 이번엔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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