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탐사라는 말의 뒷면

물 잘 나오는 무인'星'을 찾고 있습니다

by 피디아

내가 초등학생이던 어린 시절, 한창 화성 탐사가 유행이었다.

('유행'이란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분위기는 그랬다.)

그 당시에는 "화성 탐사의 진전", "극지방에서의 얼음 발견" 같은 기사가 유독 많았다.

나도, 레고가 많지는 않았지만 '마스 패스파인더'—NASA의 무인 화성 탐사선—레고 하나는 가지고 있었다


뉴스나 과학책에서는 반복적으로 이런 문장을 내보냈다:

"물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화성 탐사에 있어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나는 그때도 이상한 의문이 들었다.

"물...? 물 없어도 살 수 있는 생명체가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냐?"



일반적인 과학적 상식에 따르면, 생명체는 물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여기엔 생명체는 '탄소, 질소, 산소 등으로 구성된 단백질 기반 유기화합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지금까지 관측한 범위 내에서만 통용되는 사실이다


지구에도 이른바 '익스트림 생명체'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심해 열수구처럼 빛 한 줄기도 들어오지 않고 섭씨 수백 도의 물이 분출되는 환경에서도,

어떤 생명체는 살아남는다. 단백질 구조가 변성되는 온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극저온, 고압, 독성 환경 역시 '생존에 까다로운 환경'일뿐, '생존이 불가능한 조건'은 아니다.


실리콘 기반 생명체, 암모니아를 매개로 한 생명체,

심지어 무기물로 구성된 생명체까지—이런 아이디어들은 SF 작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과학계 역시 이 가능성들을 전면적으로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나보다 훨씬 똑똑한 과학자들이

그걸 몰라서 매번 "물!"이라고 소리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물을 강조하는 걸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우리는 외계 생명체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 건, 인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다.


물의 존재는 그 행성의 기온, 대기 조성, 압력 조건이 지구와 어느 정도 유사하다는 정황을 암시한다.

다시 말해, 인간이 그곳에 정착하고 생존할 물리적 전제 조건이 일부 충족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 가능성이 확인되는 순간, 단어 그대로 행성 하나가 통째로 '선착순 우주 청약지구'로 전환된다.

이건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 물건이다—심지어 투기과열지구 지정도 없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 조건만으로도 수많은 정부, 민간기업, 연구소,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관심을 보인다.

연구자들 입장에서 이것은 비트코인이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기회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한편 "외계 생명체 발견"이라는 타이틀은 과학적으로는 매력적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들과 마주쳤을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의외로 무서운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전염병, 적대적인 문명, 기술적 열세—혹은 그냥 우리가 그들보다 상대적으로 멍청한 탓에 쫓겨날 수도 있다.


우리는 '외계 생명체 발견'이라는 개념에 열광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도 막연하게나마 느끼고 있다.

칼 세이건이 외계 생명체에게 인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골든 레코드 프로젝트'를 추진할 당시에,

은근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괜찮은 살 곳을 탐색하다가 적당한 빈집을 발견해서 문을 열었더니, 집주인 외계인이 노려보고 있는 꼴이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은 어느덧 20여 년 전이다.

그 사이, 우주 탐사를 향한 구호와 명분도 조금씩 변해왔다.

예전엔 "외계 생명의 가능성"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인간 생존 가능성"쪽으로 천천히 중심이 이동했다.

이는 정부 주도의 탐사 사업이 민간 주도로 넘어가면서,

탐사의 명분보다는 실질적 이익과 생존성이 강조되기 시작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조금 더 솔직해졌다.

외계인보다는 안전하고 깨끗하며, 물이 잘 나오는 무인도 같은 곳을 찾는다.

그곳에 인간의 깃발을 꽂고, 데이터를 입력하며,

조심스럽게 거주지를 구축하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다.

지금의 과학적 열광은, 우주 탐사라는 이름을 빌린 '부동산 개발 사업'에 가깝다.

그리고, 이십여 년 전의 초등학생처럼 '우주 탐사'라는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이제 드물다.


물론, 지금도 순수한 호기심으로 우주를 탐사하는 과학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조차 마음 한켠엔

"그래도, 물 있으면 좋긴 하지..."

라는 현실적 계산을 떨치긴 어려울 것이다.

우주를 향한 호기심은 여전하다. 다만, 그 호기심은 이제 한쪽 손에 청약신청서를 들고 있다.


우주는 미지의 세계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찾고 있는 것은 결국,

인간이 다시 뿌리내릴 수 있는 '다음 (청약)지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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