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기

by 작은영웅

나는 드라마 보기를 즐겨하지 않는다. 일단 너무 길다. 성질 급한 나는 결말까지 지속되는 시간이 조금은 지겹다. 그래서 드라마 보는 것보다 영화 보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를 너무 재미있게 만드는 것 같다. 영화는 단편소설처럼 이야기를 하다가 만 느낌이기도 하고, 주제를 압축해서 나타내다 보니 모호할 때도 있다. 그런데 드라마는 장편소설처럼 장황하고 디테일도 살아 있고, 등장인물도 많아 이야기가 풍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딜레마에 빠졌다. 드라마를 보고 싶은데 시간은 없고. 이때 유튜브 요약이 눈에 띄었다. 총 10시간 정도 되는 드라마를 두세 시간으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이마저도 시간이 길어서 1시간짜리를 봤더니, 전반부만 요약한 거였다. 결국 궁금해서 나머지를 정주행 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만뒀다. 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거는 소설로 보는 길을 택했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철저하게 검증된 것만 정주행으로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그렇게 보고도 후회가 없었던 작품, 온종일 시간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았던 작품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그 첫째는 단연코 ‘미스터 선샤인’이다. 전형적인 삼각관계 구도, 한 여자를 여러 남자가 사랑하는 이야기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장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나를 매료시켰다.

일단 한 여자가 사랑받아야 할 이유가 충분했고, 세 남자가 모두 매력적이어서, 또 나름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한 여자를 사랑했기 때문에 마음에 거리낌이 없었다.

더 나아가 그녀가 상징하는 바가 우리나라이고 그 남자들이 자기만의 방법으로 그녀를 지켰다는 점이 이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김태리가 입고 나온 아름다운 한복, 나도 입고 싶다는 충동을 자아내게 했다. 마지막으로 심금을 울리는 이 드라마를 위해 제작된 노래들.


다음은 ‘눈이 부시게’다. 마지막 반전이 심쿵을 이끌어 내기도 하고, 내 나이에 관심을 갖게 되는 치매라는 소재가 인상적이다. 게다가 심금을 울리는 멋진 대사들, 나이 들어도 아름다운 김혜자 배우의 순수한 모습. 그녀가 평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삶의 애환들.

이 모든 것들이 이 드라마를 잊지 못하게 한다. 부모님을 떠올리게 하고, 나를 생각하게 하고, 남편과 아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드라마다.


세 번째는 ‘나의 아저씨’다. 내가 아이유라는 배우를 가수가 아닌 배우로 바라보게 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처음 3회까지는 너무 울적하고 암울한 내용이라 그만두려는 나에게 이 드라마를 추천한 딸이 4회까지만 참고 보고 결정하라고 했다.

결국 나는 끝까지 드라마를 정주행 했고 드라마가 주는 인간에 대한 따뜻함에 감동했다. 사람이 사람을 일으키는 이야기, 서로 어깨동부를 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는 따뜻함이 너무 좋았다.

어쩜 저렇게나 불쌍할 수 있을까 싶은 아이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불쌍하기 짝이 없는 아저씨를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이야기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 외의 드라마는 거의가 다 스릴러 드라마이다. 보는 동안 흥미진진하지만 보고 나면 생각나지 않고, 비슷비슷한 구조이지만 또 보고 싶은 킬링타임용 드라마들이다. 대표적으로 ‘시그널’, ‘라이브온 마스’, ‘동백꽃 필 무렵’, ‘괴물’, ‘비밀의 숲’, ‘자백’, ‘모범택시’등이 있다.

이런 드라마는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정주행 해야 한다. 그래서 주말을 이용하거나, 시간이 많지 않을 때는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내가 특별하게 멀리하는 분야가 있는데 그것은 로맨틱 장르이다. 특히나 삼각관계는 싫어한다. 사랑의 승자가 있다면 패자가 있는 식의 이야기는 별로 안 좋아한다.

사랑을 이룬 주인공보다 사랑에 실패한 조연에게 맘이 가서 속이 상한다.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면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설렘과 감동을 줄텐데 그렇게 하지를 못하니 괴로울 따름이다.

친구들은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드라마 속에서 이루며 대리만족한다는데 나는 그게 잘 안된다. 너무 현실적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그 유명한 사랑이야기 드라마, 예를 들면 ‘사랑의 불시착’, ‘태양의 후예’, ‘도깨비’ 같은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보고 싶은 드라마를 아껴 두고 있으면 기분이 좋고, 그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허전함이 밀려든다. 해외여행을 앞두고 있으면 장거리 비행기 안에서 보려고 아껴 두기도 한다. 드라마를 정주행 하면 10시간 비행시간도 후딱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드라마의 힘은 대단한 것 같다. 드라마 작가도 대단하고. 그 지겨운 비행기 타는 시간도 순간 지나간 것처럼 느끼게 해 주니까. 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대단한 드라마 작가들을 존경한다. 한국인의 핏속에 흐르는 이야기 잘하는 능력을 나도 갖고 있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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