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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by 작은영웅

아무 걱정도 없는 평화로운 상태란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가끔 그런 평화로움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이다.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걱정을 품에 안고 다니기 때문이다.

걱정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답이다. 그래서 걱정이 많은 날은 오디오북을 듣거나 몸에 힘든 운동을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생각에 빠져서 오디오북 내용을 놓치거나 운동을 하다가 실수를 해서 몸이 다치기도 한다.


만약 걱정이 물밀 듯 밀어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로 써 보는 것이다. 걱정거리들을 글로 써보라고 많은 사람들이 권유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지금 글로 써보려고 한다.

나의 머리에 수시로 찾아오는 걱정이 무엇인지 적어보고 일 년 후에 그 걱정거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해 보려고 한다. 그럼 알게 되겠지. 지금 마음을 옥죄는 걱정들이 어떤 경로로 해결되었는지.


첫 번째 걱정은 돈과 관련된 것이다. 당장 먹고살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돈이다. 욕심 없이 벌어온 돈 써가면서 편하게 살면 좋으련만 더 많은 돈을 벌어보고자 일을 낸다. 빚을 내서 집을 사는 바람에 이자에 속절없이 돈이 들어가고 그걸 만회하고자 투자한 주식은 곤두박질친다. 힘들게 벌어온 돈이 허무하게 사라지니 맘이 좋지 않다. 차라리 먹고 노는 데 쓸 걸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두 번째는 은근히 마음에 들어오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다. 정해진 루트를 따라 착실하게 자기 길을 가던 둘째 아이가 자의든 타의든 궤도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처음 있는 일이라 자꾸 걱정이 솟아난다. 아이가 새로운 일도 경험해 보고, 여행을 통해 휴식도 하고, 읽고 싶은 책도 읽고, 소개팅도 하고 그러면서 재충전을 하면 좋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깃들기 시작하면 기분이 다운되고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서 슬퍼지기도 한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진 않는다고 걱정을 하지 마라고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면 인간이 아닐 것이다. 걱정의 늪에 빠지기 시작하면 사람들 만나기도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술이나 마시고 잠이나 자자 그런 식의 자포자기식 생각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멘탈이 약한 사람이구나 싶다. 자기계발서를 읽고, 긍정적인 글귀들을 필사하면서 엄청 단단해졌다고 생각하던 중에도 이런 걱정거리들이 밀려오면 길을 잃는다.


그렇다면 이런 걱정들이 나를 해치지 않도록 할 화끈한 방법은 없을까. 뭔가에 몰입하라고 하지만 몰입할 수가 없다 걱정이 밀려와서.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하면서 마음을 다스려 보라고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지 해결 방법은 아니다.

걱정거리를 가까운 이와 나눠볼까 생각해 봐도 그 사람마저 걱정 속에 휘말리게 하는 것 같아 싫다.

이 모든 게 최선의 방법으로 잘 해결될 거라는 믿음으로 기다린다. 현재는 이것밖에 할 것이 없다.

필사를 하는 순간 조금은 안정되기도 한다. 세상은 나에게 더 좋은 것을 주려고 이런 시련을 준다는 식의 글귀는 다소 도움이 된다.


그래도 그동안 나의 걱정을 덜어준 것은 건망증이었다. 시간이 가면서 망각을 하는 통에 조금씩 걱정거리가 흐려진다. 마음에 평화가 올 때쯤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기긴 하지만 걱정거리가 해결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잊힌다. 그러니 굳이 사서 걱정만 하지 않는다면 좀 더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돈 걱정, 가족 걱정 일랑은 이제 내려놓자.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한다고 막을 수 있을 리도 없고, 과거에 저지른 일을 걱정한다고 바꿀 수도 없는 일이니까.

그냥 현재에 집중하자. 지금 이 시간 글을 쓰고 있음에 감사하고, 아무 일 없이 평화롭게 앉아있는 이 시간에 감사하자.

이것밖에 답이 없다.

일 년 후에 이 글을 보면서 웃을 수 있도록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자. 그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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