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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장소

by 작은영웅

일단 내가 제일 좋아하고 마음의 안정을 누리는 곳은 집이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지 않아 우리 집은 단조롭고 깔끔한 내부를 지니고 있다.

식물을 키우는 것도 소질이 없고 집안 장식에도 관심이 없어서 약간 사무실 느낌이 나기도 한다. 청소를 자주 하지 않고 집안에 먼지는 많지만 일단 딱 봤을 때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이 든다. 그런 심플한 곳에서 조용하게 책을 읽고, 오디오북을 듣고(나 혼자 있을 때) 글을 쓰고 하면서 돌아다닌다. 이런 공간이 나만의 것이라는 것이 무척 소중하고 기쁘다.


두 번째로 즐겨 찾는 곳은 작은 카페이다. 사람이 많고 번잡한 대형 카페보다는 아늑하고 약간은 어두운 곳이 좋다. 작고 아담한 카페는 일단 크게 떠드는 사람이 없고 작은 소품이나 분위기가 예쁘게 꾸민 친구집 거실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다.

그 카페에 넓은 창이 있어서 책을 보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거나 날씨에 따라 감흥을 느낄 수 있으면 더욱 좋다. 그리고 조용한 재즈 음악과 맛있는 디저트도 있으면 금상첨화다.

최근에 이런 곳을 발견했다. 진한 커피맛이 좋고(오후에는 디카페인) 특이한 디저트를 판매하고(이것만 포장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경성시대를 떠올리게 만드는 인테리어도 특이하고 약간 어두운 조명이 아늑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크게 떠드는 사람이 없고 창밖이 보이는 혼자 앉는 자리도 있다. 이 카페에 가면 조용한 재즈 음악을 배경 삼아 책 읽기에 집중하게 된다. 카페 잘못 가면 옆에 앉은 사람의 사생활을 원하지도 않는데 다 알게 되는 일도 많은데 이 카페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대형카페를 좋아하진 않지만 스타벅스는 가끔 간다. 오랜 시간 글을 쓰거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해야 할 때는 이곳이 제격이다. 사람들이 많고 다들 얘기를 나누고 있지만 넓은 책상에 할 일을 펴놓고 앉으면 집중이 잘 된다.

손님들을 부르는 아르바이트생의 목소리가 안 들리는 곳에 앉아 있으면 어느 순간에 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많은 일들을 해낸다.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도 많지만 스벅이 주는 편안함이 좋다. 작은 카페는 두 시간이 넘으면 조금 눈치가 보이는 데 스벅은 하루 종일 있어도 아무런 마음의 거리낌이 없어서 더욱 좋다.


다음은 공원 벤치이다. 날씨가 너무 춥거나 더운 날은 피해야 하지만 공원을 산책하다 앉게 되는 벤치는 자유로움과 평화를 준다. 자연과 가까워진 느낌, 눈앞에 계절의 따라 그려낸 자연의 작품이 펼쳐지고 고개를 뒤로 젖히면 눈에 가득 들어오는 하늘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벤치에서는 커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들으면 좋다. 입안에 맴도는 낭만과 귀에 들리는 낭만이 합쳐지면 그곳은 환상의 공간으로 변한다. 산책 중에 공원 근처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을 해서 들고 가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눈을 뜨면 아름다운 우주가, 눈을 감으면 귓속의 음악이 나를 힐링의 세계로 데려간다.


세 번째 장소는 꽃밭이다. 꽃을 좋아한다기보다는 꽃밭을 좋아한다. 전에는 사진으로나 볼 수 있었던 프로방스나 홋카이도에 있을 법한 광활한 꽃밭이 요즘 우리나라에 많이 생겨나서 너무 좋다.

예전에는 버려진 땅이었던 천변 공터나 논밭, 심지어 섬 전체를 꽃밭으로 만들기까지 하니 봄, 여름, 가을 내가 갈 곳이 넘쳐 난다. 꽃평선이 보이는 색색의 꽃의 향연은 나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행복하게 한다.

해마다 가도 갈 때마다 더욱 넓어지고 아름다워지는 꽃밭들에 대한 기대감에 마음이 설렌다.

작년 사진을 보면서 올해 방문할 시기를 예정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일정을 짜는 시간이 주는 행복감, 그리고 때를 잘 맞춰 만발한 꽃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비할 바가 없다.

전국 방방곡곡 꽃이 피는 곳은 바로 달려가고 싶다. 건물이 멋진 곳은 한 번 가면 또 가고 싶지 않지만 꽃이 아름다운 곳은 해마다 철따라 가도 질리지 않는다.


올해 이 세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늘 행복했다. 좋아하는 장소 사이를 오가며 사는 인생이라니, 그 장소에 좋은 사람, 맛있는 음식까지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 늘 새롭게 생겨나는 카페와 꽃밭, 점점 울창해지고 멋있어지는 공원들이 근처에 있어서 내 삶은 늘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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