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고 싶다는 것은 인류의 로망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기는 것도 문제이지만 거울을 보면 늘어가는 주름과 세어가는 흰머리, 이상하게 변하면서 일그러져 가는 얼굴과 몸매를 보는 슬픔도 클 것이다.
오래된 집이나 차가 계속 수리할 것이 생기듯이 오래된 몸도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할 숙명이다. 이런 몸의 변화를 조금씩 막아보고자 하는 것이 나이 든 사람의 성형이 아닐까 싶다.
젊었을 때의 성형은 더 아름다워지려고 하는 것이라면 50대 이후의 성형은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고령화사회가 지속될수록 이런 사람들은 늘어날 것이고 지금도 그렇지만 피부과나 성형외과가 문전성시를 이룰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의대에서도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이 선택하는 과가 피부과라고 한다. 다른 병원들은 아파야 가는 것이지만 피부과는 미용실 가듯이 어느 누구나 이용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예쁘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 부류이다. 대신 피부결은 희고 맑은 편이며 여드름이 나지 않은 피부라서 좋았으나 점이 많았다. 점만 없으면 정말 깨끗해질 것 같은 욕심에 전에 미용실에서 하는 불법시술에 몸을 맡겨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피부과에 가도 저렴한 가격에 점제거를 가볍게 해 준다. 최근에 레이저로 얼굴의 잡티를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는데 약간의 고통이 있었지만 참을만했다.
조금 놀란 점은 병원에 남자들도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름다움을 향한 갈망은 남녀를 불문하고 과제인 듯하다.
이렇게 점을 제거하고 얼굴이 깨끗해지니 주름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래서 하게 된 게 보톡스 시술이다. 이것도 요즘은 아주 저렴해져서 시술받을 때 따끔거리는 고통만 없다면 경제적 부담은 거의 없는 편이다. 미용실 가는 비용보다 저렴하니까.
한 번 시작하면 보톡스는 계속해야 하고 하면 할수록 효과도 미미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럴 때 대형 수술이 필요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엄두가 안 난다.
주름과 함께 거슬리는 게 얼굴 피부가 전반적으로 흘러내리는 것이다. 눈은 움푹 꺼지고 볼살은 늘어나서 심술보처럼 되고 팔자 주름이 생기고. 차라라 거울을 보지 말아야지 보면 볼수록 대책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작을 말아야지 성형이라는 것은 하나를 고치면 다른 곳이 이상하다는 식으로 계속되는 중독을 불러온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은 도저히 안될 때까지 고치는 것을 미루는 편이지만 부지런한 사람은 성형이나 피부관리를 부지런히 해서 이상한 얼굴을 만들어 놓기도 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과도한 성형으로 젊어지긴 했으나 어색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을 때가 많으니까.
하지만 그 이상한 얼굴도 부러울 지경이니, 피부과나 성형외과가 잘될 수밖에 없다.
다만 경쟁이 치열한 것이 문제지만 워낙 잠재고객이 많으니 잘되는 것이다.
친구의 엄마는 나이 85세에 혼자 사시는데 얼마 전에 성형수술을 해야 하니 따라가 달라고 했다고 한다.
평소 혈압이 높으신 분이라 깜짝 놀라 알아보니 쌍꺼풀에 안면거상에 아무튼 얼굴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수술로 수술시간만 6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이미 예약해 두셨다고 했다.
의사랑 상담을 하고, 혈압이 높은 엄마는 긴 시간 수술이 위험해서 안된다고 온 가족이 반대를 했으나 친구의 엄마는 단호하게 얘기하셨다고 한다.
“난 이 수술을 하다가 죽어도 좋으니 꼭 하고 싶다.”라고. 기가 막혔지만 엄마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고 결국 친구 엄마는 수술을 완료하셨다.
그러고 나서 만족도는 100배. 언니처럼 보이는 얼굴을 한 엄마가 어색하지만 너무 행복해하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관절이 안 좋아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친구 엄마는 젊어진 얼굴에 만족해서 매일 바깥 외출을 하신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어떨까 싶어 이런 얘기를 들려 드렸더니, 바로 부러워하는 얼굴이 되셨다.
50대부터 많은 성형을 하셔서 내 친구들한테 젊어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온 엄마는 지금도 욕심이 많으시다.
예뻐진다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엄마들을 보니, 이게 우리의 미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너도나도 예뻐지는데 나만 늙은 여자로 보인다면 참기 힘들 것이다.
외모지상주의는 이제 젊은이의 영역이 아닌 것 같아 두렵다. 늙음을 멈추기 위해 매주 피부관리를 받아야 하고, 매달 시술을 하고, 매년 성형을 하는 삶이라니.
생각만 해도 피곤해진다.
몸도 건강해야 하고 얼굴도 아름다워야 하고, 이런 수많은 노력을 하면서 100살까지 사는 삶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