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의 휴가

by 작은영웅

아무런 걱정도 없고 돈도 넉넉한 6개월이 우리 부부에게 주어진다면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낼까.

나도 평생을 워킹맘으로 살았지만 쉼 없이 일만 하면서 달려온 남편에게도 선물 같은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그렇다면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먼저 일주일은 정리를 하는 시간을 가져야지. 하나의 문이 닫히고 다른 문을 열어야 하는 시기이니까 그동안 살아왔던 시간들에 대한 정리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버릴 것을 버리고 간직한 것을 고르는 시간, 그러면서 집안 공간도 새로운 삶을 위해 재배치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같이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각자의 공간도 필요할 테니 각자의 방을 꾸미면 좋을 것이다.


그렇게 집이 정리되면 여행을 떠나볼 생각이다.

일단 해외여행 먼저 가야지.

우리가 선택한 첫 번째 여행지는 이탈리아 일주이다.

가능한 길고 여유로운 패키지를 선택해서 10일 이상 여행을 간다.

때론 같이 때론 따로 시간을 보내면서 인생을 돌아보고 남은 인생을 계획하는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꼭 아침에 같이 조깅을 할 생각이다. 남편을 혼자 내보내고 집에서 기다리면서 속 끓이는 일은 하지 않을 거다. 같이 아름다운 풍경 속을 뛰는 모습 상상만 해도 즐거워진다.

좋은 계절에 좋은 곳에서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쌓은 다음에 돌아와야지.


집으로 돌아오면 사진 정리도 하고 글도 쓰면서 일주일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 다음 국내 여행을 준비한다.

일주일 여행 가고, 일주일 쉬고 이런 식으로 국내 여행을 해볼 생각이다.

먼저 동해 여행 일주일이다. 고성에서 시작해서 포항까지 동해를 쭉 훑어 가며 여행한다. 강원도와 경상북도를 여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일주일, 그다음은 서해를 여행한다. 충청도 전라북도까지. 그리고 다음은 남해이다. 전라남도 경상남도를 여행한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먼 지역들, 경기도. 이렇게 다섯 번의 여행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어느 정도 돌고 나면 마지막으로 제주를 여행한다.


이렇게 여행을 하는 동안 집에 와 있는 일주일 동안은 여행의 시간을 정리하고, 빨래도 하고 집안을 꾸리며 시간을 보낸다.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도 필요하니까.

같이 먹는 세끼의 식사, 산책하고 운동하는 시간은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의 시간은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보내는 것이다. 이 때는 집에서 요리도 많이 해봐야겠다. 여행 중에는 외식만 하게 되니까 집에 있는 동안이라도 직접 음식을 해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같이 집에서 보내는 날들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의논해서 짜야겠다. 따로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만큼 자유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부부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니까.


이렇게 국내 여행을 하면 마지막으로 동남아 여행을 떠날 것이다. 세미패키지를 활용해서 풀빌라가 있는 리조트를 예약해서 같이 수영도 하고 산책도 하고 조깅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럭셔리한 관광을 즐겨볼 생각이다.

은퇴한 부자들이 한다는 요트도 타보고 온갖 하고 싶은 것들을 다 누려보리라. 황제나 황후처럼 보내는 일주일을 경험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동네 주민처럼 마을을 산책하고, 와인을 마시며 풀빌라에서 수영을 하고 신혼부부처럼 지내다가 오고 싶다.

진짜로 쉬는 여행,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종일 바다멍을 해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 여행까지 하고 나면 집에 돌아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준비를 하려고 한다. 남편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나도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지금껏 살아온 것처럼 무리하게 하지 않고 자아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선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일하면서 같이 보내는 시간 관리는 또 짜야겠지.

우리는 제2막을 시작할 것이고, 1막이 생계형이었다면 2막은 자아를 찾아가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삶으로 펼쳐나갈 생각이다.

수영이나 달리기와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각자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각자의 삶을 존중해 주는 그런 시간들로 채워 나가고 싶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좋은 것을 같이 누리면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시간들을 한 땀 한 땀 채워가고 싶다. 사랑하고 그리워하면서도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느라 같이 지낸 시간이 적었던 우리 부부가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를 이해하며 남은 시간들을 행복하게 보내길 소망해 본다. 그러면 어느 강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늙어가지 않을까 싶다.

사는 동안

사랑하는 이와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보내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것.

이것이 내가 꿈꾸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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