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작은영웅

나는 돈에 대해 인색하다.

성장 환경 자체가 기복이 많아서 돈에 대해 애착을 가질 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쓰는 것에 인색하다. 아마도 아빠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돈이 많았지만 잘 쓰지 않기는 젊은 날의 아버지도 그랬으니까.

돈은 흐르는 것이라 써야 다시 들어온다는데 난 한 번 들어온 돈은 못 나가게 하려고 움켜쥐고 있는 편이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감동을 주는 돈 쓰기를 잘 못한다.

어쩔 수 없이 돈을 쓰게 될 때에도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주고도 아까워하고, 기왕이면 덜 주려고 하고.

이런 태도는 아마 내가 부자가 된다고 해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내색은 안 하지만 무지 계산적이면서 주는 기쁨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이런 나와는 다르게 남편은 돈을 잘 쓴다. 자기 자신에게 쓰는 것은 무지 아까워하면서 다른 사람, 가족, 특히 나를 위해 쓰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난 평상시에 남편 카드를 쓰고 돌아다니는데 내가 쓴 내용에 대해서 잔소리를 한 적이 없다. 나라면 엄청 잔소리했을 텐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남편이 존경스럽다. 남편도 어린 시절 어렵게 자랐다. 돈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나처럼 지나친 애착은 없다.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이런 성향들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유전이 되는 듯하다. 큰 아이는 나의 성향을 닮았고, 둘째 아이는 남편의 성향을 닮았다.

큰 아이는 이릴 때에도 명절 때 용돈을 받으면 절대로 쓰기 않고 깡통 속에 넣어두곤 했다. 모으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성실하게 돈을 모으고 그 돈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는 스타일이다.

소비 성향도 나랑 비슷해서 물건을 살 때도 비싼 것은 사지 않고, 가성비 좋은 물건을 많이 산다. 어쩜 이런 건 그렇게 닮았는지 부모 자식 사이의 유전은 정말로 신비롭기까지 하다.


나는 가끔 돈을 많이 벌면 사람들한테 베풀면서 살아야지. 이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실천이 쉽지 않을 걸 잘 알고 있다. 말이 쉽지 평생 해오던 습관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런 날을 꿈꾼다.

돈을 많이 벌어 여유 있게 살게 되면 시댁 식구들에게 명절이면 선물세트도 보내고, 친정 식구들 모이면 맛있는 식사도 사고 그래야지.

친구들에게도 깜짝 선물을 하고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그리고 남편한테 잘해주고 싶다. 정말이지 욕심이 일도 없는 사람이지만 마라톤 운동화를 공짜로 받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막 사주고 싶다.

차도 더 좋은 차로 바꾸어 주고, 단벌 신사로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데 옷도 좀 사주고, 여행도 같이 많이 다니고 싶다. 숙박비나 음식을 먹을 때 가성비 너무 따지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평생 돈 버느라고 고생해 온 남편, 앞으로 은퇴를 해도 힘닿는 데까지 돈을 벌겠다는 남편에게 돈으로 해줄 수 있는 게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스테이크 좋아하니까 많이 사주고, 맨날 뛸 수 있게 운동화나 운동복만 사주면 좋아할 사람이니까 그렇게 해주고 싶다.


돈이 많으나 적으나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것이고. 못하면서 사는 것도 사실 없다.

욕심은 한이 없다는데, 이제 돈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겠다.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오늘 바로 실천하는 게 답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6개월의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