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

by 작은영웅

요즘 ‘파이어족’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이는 경제적 독립과 조기 은퇴의 약자로 만들어진 신조어로 경제적 자립을 확보하여 조기 은퇴를 꿈꾸는 사람을 의미한다.

원래 해외에서 파이어족은 일생 동안 소비문화에 대해 극단적인 저항을 하다가 저축을 통해 40대 전후에 조기 은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한국으로 오면서 조금 변질되어 돈도 시간도 마음껏 쓰는 사람의 의미로 바뀌면서 한탕주의와 과시욕이 끼어든 것이다.

그러니 파이어족의 핵심은 꾸준한 절약과 미니멀리즘을 생활화하는 것이지 풍요로움을 누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현재 50대이다.

파이어족의 특징인 40대 은퇴는 지나갔지만 퇴직 후에 연금으로 생계유지는 가능하다.

따라서 원래 파이이족의 의미인 미니멀리즘과 절제된 생활을 한다면 나는 평생 돈 걱정 안 해도 되는 파이이족에 근접해 있다.

은퇴를 해서 대저택에 살고,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기고, 고가의 호텔에 마음껏 드나들고, 요트를 타고 비행기에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삶은 어렵겠지만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은퇴하더라고 아끼면서 사는 삶은 가능하다는 얘기다.


파이어족의 긍극적인 꿈은 조기 은퇴 후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것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맘 편하게 하면서 사는 삶에 궁극적인 목표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파이이족이 되려면 돈을 많이 빨리 버는 게 목표가 아니라, 회사나 직장을 그만두고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매일 돈을 쓰기만 하면서 살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느 순간 질릴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가끔씩 그것을 누려야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지 매일 놀면서 지내라고 하면 어느 순간 사람들은 지치고 방황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파이이족이 되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나에게 시간이 많다면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를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는 지금 50대이지만 일을 그만두기에는 아직 젊다.

지금 하는 일이 퇴근 시간도 정확하고, 주말도 보장되어 있다. 게다가 집에 와서 양육할 아이들도 없으니,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병행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을 잘 활용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 가고, 자기 계발을 하고, 새로운 것들에 조금씩 도전하다가 어느 날 준비가 되었을 때 평행 우주를 이동하듯 파이이족의 삶으로 이동하고 싶다.


작년에 일 년의 휴직생활을 하면서 준비되지 않은 은퇴가 얼마나 막막한지, 홀로 선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지를 절실하게 느꼈다.

그러면서 나는 아직 직장이 필요하고, 일을 해야 하고, 그 속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약간의 스트레스와 동료들과의 만남이 나에게 활력을 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글쓰기, 운동, 독서 등은 직장 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같이 진행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일과 속에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보면서 앞으로 내가 자존감을 지니고 해 나갈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갈 생각이다.


조기 은퇴나 경제적 자유가 행복을 보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온갖 풍요로움 속에서 해변가 별장에 산다고 해서 마냥 행복할 것 같지는 않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근처에 있고, 내가 하는 일로 성취감을 느끼며 살아갈 때 나는 만족할 사람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작년 일 년 동안 혼자 지내봄으로써 나는 함께 있어야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주는 평화와 느긋함도 있지만 그것이 지속될 때 나는 에너지가 고갈되고 무기력해짐을 느낀다.

과거의 내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만 집중하면서 자신을 잃어가는 삶을 살았다면 이제 조금 더 균형 있는 삶을 추구하게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의 평화와 더불어 지내는 시간의 번잡함을 버무릴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다른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그것들을 단단하게 하면서 세상을 향해 힘차게 발돋움하며 살아가는 삶.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않으면서 사람들과 새로 알게 된 것들을 나누고 같이 발전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다.


타인과 에너지를 나누고, 더 많이 웃어주고, 얘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삶을 살고 싶다.

누군가의 가슴에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건 분명 나에게 행운이 될 것이고 나의 삶을 밝게 이끌어주는 원동력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매일 건강하게 눈을 뜨고,

오늘 나에게 일어날 행운에 감사하고,

늘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자, 오늘도 벅찬 하루를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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