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게 여긴다.’는 매우 귀중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귀하고 중요하다는 의미의 ‘귀중’보다 더한 것이
소중한 것이다.
그러니까 소중하다는 것은 물질적인 범주를 넘어선 정신적인 의미까지 포괄된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귀중한 것이 돈이나 보석, 부동산 같은 물질적인 것이라면 소중한 것은 사람에 해당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사랑의 범주를 모두 포함한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의미가 깊은 말이 ‘소중하다’가 아닐지.
떠올리기만 해도 귀하고,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고,
만약 잃어버린다면 삶 전체를 잃어버린 것과 같은 슬픔을 느끼는 존재,
내 몸의 일부처럼 귀한 존재,
그 사람이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그럼, 일단 나를 소중히 여겨 주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생각해 보자.
나라는 사람을 이렇게 소중하게 여겨 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많을 것 같지는 않다.
일단은 남편이 떠오른다. 가끔 나를 보며 비장한 어조로 “자기가 없으면 나는 이 세상에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남편은 나를 무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심적으로 나에게 많이 의지하고 위로받고 싶어 하고 잘해주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 남편에게 나는 분명 소중한 존재이다.
일단 한 명은 확보했으니 안심이다.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가자. 나는 남편을 소중하게 여기는가. 당연하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나를 알아주고 믿어주고 격려해 주고 뭘 해도 잘한다고 칭찬해 주는 사람이다.
어떤 날은 정말 맘에 들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 사람의 고운 결을 인정하고 좋은 마음으로 바라보면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 떠올릴 수 있는 가족은 자식들이다.
나에게 아이들은 정말 소중한 존재들이다.
물론 남편 다음이다. 혹자들은 남편보다 자식들을 우위에 둘 수도 있겠지만 그 점에는 나는 명확하다. 아이들은 내 품에서 자라 결국은 자신들의 길을 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두 번 만나고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도 아무렇지 않은 것을 보면 믿는 구석도 있어서이겠지만
한 편으로는 내 마음속에서 어느 정도 독립을 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남편은 하루도 집에 없으면 허전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결혼을 해서 자신의 가정을 이룬 큰 딸이야 그렇다 쳐도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는 둘째에 대해서도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소원해 보이게 지낸다고 해도 마음마저 소원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고 아이들이 느끼는 아픔에 내 마음도 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 아이들은 정말 소중한 존재이다. 나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존재들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뛸 듯이 기쁘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밤잠을 못 이루며 아이들의 마음을 걱정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럼 아이들은 나를 그렇게 소중하게 여길까?
내가 아이들을 떠올리며 생각하는 만큼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아이들도 나를 소중하게 여겨줄 것이라 기대한다.
매일 보고 싶고 그리운 존재까지는 아니지만 생각하면 든든하고, ‘당신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고 당신의 슬픔이 나의 슬픔입니다.’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아이들에게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어차피 자신들의 길을 갈 것이고, 부모는 잠깐씩 필요에 따라 떠올릴 것이니까.
아이들이 심적으로 나에게 많은 의지를 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긴다.
나 스스로가 강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강하고 단단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다.
다음으로 떠오르는 사람들은 부모님이다. 내가 내 자식들을 생각하듯 부모님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부모님을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어릴 때 그렇게나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던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많은 사연들이 있지만 이제는 좀 마음을 열고 부모님께 다가가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세월이 갈수록 도움을 주어야 할 대상이 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많은 것을 받고 자랐으면서도 그런 것들은 잊어버리고 서운하고 손해 본 것만 기억하는 못난 자식이 나다.
결국 깊은 의미에서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들은 가족뿐인 것 같다.
소중함의 의미를 조금 약하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물망에 걸리겠지만 일단은 가족 안에서의 관계부터 정립해 갈 필요가 있다.
그 관계가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을 때, 더 많은 관계들을 안정적으로 꾸려갈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가족 안에서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적절한 선에서 서로를 보듬으며
존재 자체로 힘이 되어주는 소중한 존재로 살아가길 다짐해 본다.
나를 소중하게 여겨 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그들 앞에 빛나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