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by 작은영웅

친구들과 점심 모임을 했다.

평일 점심에만 가능한 런치스페셜을 룸에서 먹으면서 정신없이 수다를 나누었다.

다들 살아가는 근황에 관한 얘기다. 어떤 모임은 말을 쥐어 짜야 대화가 이어지는데 이 모임은 서로 얘기를 하고 싶어 안달한다.

그 이유는 할 얘기가 많기 때문이다. 잘 살고 있어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어서 누군가에게 그것을 자랑하는 모양새인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서 나도 있는 자랑, 없는 자랑 늘어놓는다. 다행이라면 그 자랑이 자신을 단련시키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삶에 관한 것이라는 것이다.

내 자랑을 늘어놓는 중간중간 친구들의 자랑을 들으면서 정말 대단하구나. 쟤는 어떻게 그런 것까지 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들 무진장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약간 거부감이 든다. 온몸의 에너지를 쏟아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이 세상 일에 모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끝까지 하기 어렵다. 에너지가 고갈되기 때문이다

충전은 하지 않고 마지막 1%까지 쓰는 전자기기가 비슷한 것이다. 어느 정도 배터리가 소진되면 중간에 충전을 해주는 것처럼 사람도 중간에 충전이라는 장치가 필요하다. 사람마다 충전의 방법은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마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충전 방법이다.


하지만 그동안은 그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제대로 된 충전을 못해 왔다.

퇴근 후에 집에 와서 맥주 한 잔 마시면서 드라마 보고, 멍 때리고 앉아 있고, 사람들 만나서 떠들면서 놀고, 예쁜 곳에 여행 다니면서 충전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이 중 몇몇은 오히려 나를 방전시켰다. 너무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노는 것마저 최선을 다하는 삶이라니. 아마도 욕심 때문이겠지. 적당히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라서 헤맸던 것 같다.

드라마 보면서 마시는 맥주는 정량을 넘어 취하게 마시기 일쑤였고, 멍 때리며 앉아 있을 때는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울기도 했으며, 피곤할 정도로 자주 지치도록 사람들 만나길 반복했다.

여행은 물론 좋아하는 것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자주 설레발을 치면서 추진해 놓고 막상 떠나기 전에 후회스러웠던 적도 많다.


많이 놀았으나 즐겁지 못했던 건 방법상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충전을 할 때 내가 고를 수 있는 것들은 여행, 영화, 친구, 카페 등이다. 이 항목들을 내가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것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조금은 개선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여행은 친구들과 떼로 몰려다니는 것을 선호했다. 이제 이것을 혼자만의 여행으로 조금씩 전환해 갈까 한다. 혼자 하는 여행이나 가족과 하는 여행이 주는 평화를 알기 때문이다.

일박 이상을 하며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 것은 약간은 소모적이다. 출장을 다녀온 느낌일 때도 많았고, 다녀와서 내가 했던 행동과 말을 복기하면서 힘들었던 적들도 있다.

나 혼자 다니는 여행이나 가족 여행은 이런 피로감이 없다. 그래서 혼자 다니는 당일 여행이나 가족과 함께 다니는 숙박 여행을 늘려갈 생각이다.

그리고 횟수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게 여행을 다닐 생각이다. 주로 주말을 활용하게 되겠지만 최선을 다하지는 않고, 정말 몸과 마음이 원할 때 움직일 생각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혼맥을 하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고 온갖 스트레스로 그저 쉬고 싶을 때 아무도 없는 집에서 주로 했던 것이다. 일단 술을 마시면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에 나를 위한 힐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취한 김에 맥주를 계속 마시다 보면 과음을 할 때도 있었고, 같이 봤던 영화 내용도 기억 안 날 때가 많았다. 한마디로 맑지 않은 정신상태였던 것이다.

그런 날은 다음날 아침까지 불쾌한 기분이 남아서 충전이라기보다는 방전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친구들과의 모임도 자제 대상이다. 일단 모임이 많다. 회비를 내는 모임도 많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모여야 하는 모임은 일단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잡을 생각이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떠는 것으로 안배하면 큰 무리 없을 것 같다.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 에너지가 충전되기도 하니까.

대화의 방향을 좀 더 의미 있고 힐링되는 것으로 바꿔 가는 것도 좋겠지.

친구들에게 건의해서 같은 취미를 공유하자고 해야겠다. 아무튼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일은 안 할 생각이다. 어디까지나 나에게 친구들과의 모임은 충전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


일주일의 하루는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앉아 글을 쓰는 시간을 갖고 싶다. 직장 근처의 카페 투어를 해볼 생각이다. 출근을 하면 매일 글쓰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환경을 바꿔서 카페에서 글쓰기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아무튼 이제는 일을 할 때나 쉴 때나 그 시간에 충실해서 제대로 된 시간들을 보내보고 싶다.

시간이 주는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알기 때문에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다.

다만 주의할 것은 너무 최선을 다하다가 지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일하는 것이든 노는 것이든 지나친 것은 아니한 만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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