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사람이 나다. 호기심이 많아서 시작하는 힘은 있지만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부족하다. 이것저것 손만 대고 그만둔 것들이 너무 많다.
음악 관련 된 것들은 피아노 연주, 재즈피아노 연주, 기타 연주, 장구 등등. 관심이 가면 일단 악기부터 구입하고 두세 달 재미있게 하다가 갑자기 지겨워진다.
그 시간을 견뎌내야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잘 안된다. 피아노도 바이엘만 여러 번을 쳤다. 체르니로 넘어가면 하기가 싫어진다.
그런 학습의 결과로 요즘은 뭔가 배우고 싶어지면 주저하게 된다.
옆에 친구들이 기타를 배운다고 하면 기타도 다시 배우고 싶고, 벨리댄스를 한다고 하면 춤도 추고 싶고, 설장구를 배운다고 걸어 다니면서도 흥을 느끼는 사람을 보면 장고도 배우고 싶고, 뜨개질로 만든 예쁜 가방을 메고 오면 뜨개질도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은 천지이지만 과연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 주저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 되는데 이게 또 맘에 안 든다.
가다가 그만 두면 아니 간만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가다가 그만두더라도 이것저것 도전해 보는 게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남편은 끈기에 있어서는 끝판왕이다. 무언가를 시작하면 최소 10년 이상 그것을 한다. 내가 지겹지 않냐고 물어보면 갈수록 재미있단다. 음식도 매일 같은 메뉴를 먹어도 군소리 안 하는 것을 보면 성격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뭐든 싫증을 빨리 낸다. 음악이든, 음식이든, 드라마든, 책이든, 비슷한 것들은 금방 재미 없어진다.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들 그렇다.
그런 나를 변화시킨 것이 ‘100일 프로젝트’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시작하고 100일을 지속해 보기로 한 것이다. 일단 100일을 한다. 연속성이 다소 떨어지더라고 일단 100일은 꼭 한다. 동시에 3가지 정도 진행한다. 100일을 해보고도 계속하고 싶어지면 그건 나한테 맞는 것이다. 그러니 계속한다. 이게 골자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것이 글쓰기, 아침 영어 공부, 달리기다.
지금 잠시 슬럼프에 빠져 있지만 브런치 글쓰기는 100개의 글을 올릴 때까지 지속할 것이다.
아침 영어 공부는 100일이 이미 넘었지만 아침 루틴으로 하고 있다. 외운 속도로 잊어버리긴 하지만 매일 함으로써 그 단점을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김민식 작가가 쓴 ‘영어 책 한 권 외워 봤니’에서 영감을 받아 아주 쉬운 영어 회화책을 무한 반복으로 외우고 있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15분 정도 투자하는데 이제는 그냥 일상이 되었다.
아침 달리기는 시작한 지 15일이 되었다. 매일 아침 5시에 기상해서 옷을 입고 밖으로 무조건 나간다. 그리고 2킬로 정도를 뛰고 난 다음, 정리 체조를 하고 집에 돌아온다.
2킬로는 뛰는 데 15~20분 남짓 걸리기 때문에 부담이 없어서 좋다.
아파트 외부와 내부를 맴도는 데 매일매일 코스를 다르게 한다. 이렇게 매일 뛰다 보니, 늘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 시간이라 주로 연령대가 높으신 어르신들이다. 아침 운동을 하고 나면 힘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활력이 되는 것 같다. 주말보다 오히려 평일에 거르지 않고 뛰고 있다.
100일이 지나 버려지거나, 100일이 지나 일상이 되면 또 새로운 아이템을 추가할 생각이다. 영어 공부는 일상이 되었으니, 부담 없는 선에서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생각 중이다.
끈기가 없어서 엄두를 내지 못했던 많은 것들에 대해서 지금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 100일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 다음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 일단 시작하기로 한다.
일단 100일만 해보는 거다. 단군신화의 웅녀도 100일간 마늘만 먹고 인간이 되었지 않는가. 아무튼 100일의 힘은 대단하다.
그 힘을 믿고 오늘도 나는 달리고, 영어를 외우고, 글을 쓴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달라진 나를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