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탐스러운 딸기의 색감에 혹해서 들어간 것이 시작이었다.
내가 노린 딸기의 가격도 충분히 저렴했는데, 주인장께서 하시는 말씀이 오픈채팅방에 들어가기만 하면 더 가격이 다운된다고 했다. 가격이 더 다운된다는데 이를 거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오픈 채팅방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이니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집에 와서 딸기를 씻어 한 입 베어 물고 핸드폰을 열었더니, 인적이 드문 카카오톡에 62라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놀라서 들어가 보니 조금 전 내가 가입한 오픈 채팅방의 새로 올라온 대화 때문이었다.
그날 밤, 잠들 때까지 그 방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주인장이 물품 공구를 올리면 댓글로 예약을 다는데 올리는 족족 다 사고 싶었다. 올라오는 물품이 궁금해서 네이버쇼핑이나 쿠팡에 들어가 가격을 확인하고, 댓글을 살펴보는 사이 마감이 되는 것들도 있었다.
가격은 터무니없이 쌌고, 낯선 음식이나 물건은 매혹적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주문, 주문, 주문..... 물건 수령일을 기다려야 하고, 배송이 안 돼서 직접 찾으러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직접 무거운 물건을 들고 오는 수고로움을 감수할 만큼 가격이 너무 착했고, 물건 수령일을 기다리는 것은 약간의 설렘마저 주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심플함을 자랑했던 우리 집 냉장고는 어느새 차곡차곡 채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떤 게 냉장고에 있는지 재고 파악이 되었으나 차츰 과거에 산 물건은 잊혔다. 우리 집 냉장고 깊숙하게 박힌 음식은 빛을 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렇게 냉동식품은 잊혔고, 신선식품은 유통기한이 짧은 관계로 빨리 구제가 되었다. 과일과 유제품 등 냉동이 불가한 음식들을 먼저 먹어치워야 했다.
하지만 남편과 단둘이 살고 있는 우리 집은 음식이 쌓일 수밖에 없다. 급기야 남편이 매일 집에 와서 내가 차려주는 진수성찬을 먹고 디저트까지 먹으면서 힘들어했지만 쌓이는 냉장고를 막을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좋아라 했던 남편도 이제 그만 사라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 이쯤 되면 나도 다른 방도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채팅방에서 나가는 것도 생각해 보았으나 그러기에는 그 채팅방이 주는 즐거움이 너무 아쉬웠다. 최대한 생각해 보고 사기, 가급적 신선 식품은 사지 않기 등등 나만의 방침을 만들어 요즘은 음식 구입을 자제하고 있다. 대신 음식이 아님 생필품 사는 데 집중하면서 냉장고에 쌓인 음식들을 조금씩 줄여 나가고 있다.
집 앞에 새로 생긴 고깃집에도 가고 싶은데 냉동실의 고기와 야채실에 가득한 야채를 떠올리면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즐거움으로 시작한 쇼핑이 나의 삶을 옭아매게 된 것이다. 뭐든 지나치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자제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다. 고급스러운 제품 하나보다 저렴한 여러 개의 제품 구입을 더 즐기는 나의 취향에 딱 맞은 공구 사이트의 마력에서 완벽하게 벗어나기는 어렵겠지만 자제력이 필요한 시점에 왔다.
주변에 운을 띄워보니, 다들 이미 이 공구를 하고 있었다. 사이트만 해도 수십 개에 이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직 지방까지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수도권 중심으로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나도 그렇지만 마트에 갈 일이 점점 없어지게 될 것 같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어 가는 세상에서 배달은 가급적 멀리하고, 온라인에서 음식을 사는 것은 경계하던 나였는데 하루아침에 나를 무너지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모두 나쁘게 생각할 건 아니다. 이 공구 사이트에 가입하면서 꼬박꼬박 먹는 저녁 식사로 인해 허리둘레가 굵어졌지만 끼니를 거르지 않고 건강한 식사를 하게 된 점,
남편과의 식사 시간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식사 후 산책을 꾸준히 하게 된 점,
세상에는 맛있는 게 참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 점,
음식의 최근 트렌드에서 밀리지 않게 된 점,
간식 구입을 많이 해서 직장 동료들에게 간식을 많이 나눠주는 사람이 된 점,
친정 부모님 집에 갈 때 음식을 한 아름 안고 가게 된 점 등은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탈퇴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자제력을 발휘해서 신중하게 물건을 구입하고, 냉장고가 정리될 때까지 새로운 음식 사는 것은 참으면서 눈팅으로만 즐기면 될 것 같다. 사람 사는 소리가 들리는 그곳에서 구경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공구사이트에서 주부의 삶을 살아볼 생각이다. 아무튼 이 공구 사이트를 만나면서 퇴근한 남편에게 요리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 건 확실하니까.
마주 앉아서 음식을 나누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니까.
외식보다는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날이 많아진 것도 확실하니까.
나의 삶을 풍성하게 해 준 공구 사이트,
저절로 오늘도 클릭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