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 할 일

by 작은영웅

지인의 퇴임식에 다녀왔다. 사연은 있겠지만 오랜 시간 몸담고 일하던 일터를 떠나는 이의 표정은 마냥 밝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퇴임사의 주 내용은 직장 생활이 행복했다, 잊지 못하고 그리워할 것이다, 이제부터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 것이다 등등, 그런 내용들이었다.


나는 멀지 않은 나의 미래 퇴임식 모습을 상상하며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의 퇴임사는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미래의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주는 것으로 채우고, 앞으로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알려주고 싶다. 그래서 듣는 이들이 그래 저렇게 열심히 직장 생활하다가 은퇴는 저렇게 멋지게 하는 거야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 직장을 떠나서도 나의 이름으로 멋지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은퇴 후의 삶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멘토가 되고 싶다. 30년 넘게 일해 온 노하우를 활용해서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집에서 손주나 부모를 돌보면서 평범하게 살지 않고 세상의 중요한 일원이 되어서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퇴직 후에도 사회의 일원이 되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혼자 아무리 알차고 재미있는 시간들을 보내도 그게 혼자만의 일이면 곧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나의 하루가 나의 삶이 내가 매일 해내는 일들이 타인과 소통되고 영향을 주고받고 해야 비로소 나의 삶은 의미를 얻게 되고 나 또한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게 무엇이든 다른 이들과 나누며 소통할 수 있는 방법과 일을 찾아야 한다.


가벼운 대화에 익숙한 친구들은 나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말로 변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나의 현명한 말들이 그들에게 영향을 끼치기는 어렵다. 내가 진지하게 접근하면 그들은 하던 대로 하라고 나무랄 것이다.

그래서 낯선 이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내가 누군지 잘 모르는 사람, 오로지 내가 쓴 글로만 나를 인식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 낯선 이들에게 내 생각을 말하고, 그 말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을 감동시키고 그런 과정 속에서 나는 기쁨과 보람을 얻고 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나는 중요한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최고의 도구가 SNS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작가가 되어 우리나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고 싶다고 꿈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가능성을 떠나 너무 멋진 목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게 되었지만, 소설작법이나 시작법에 대해 배우면서 적성에도 맞지 않고 너무 어렵다고 느껴져서 글쓰기를 멀리 했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나이가 들어 인생의 경륜이 쌓이면 작가가 될 거야 이런 말들을 가끔씩 의미 없이 내뱉으며 살아왔다. 그러던 것이 누구나 작가가 되는 세태의 영향으로 은퇴 후의 제2의 직업으로 글쓰기를 생각하기에까지 이르렀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말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사적인 자리의 대화에 관한 것이다. 대중 앞에서는 떨려서 말을 잘 못한다. 적은 인원이 모인 편안한 자리에 앉으면 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재치 있고 재미있다는 평판을 많이 듣는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입에서 나오는 말인데 그런 걸 보면 소질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주변인들은 나에게 강연을 해보라고 한다. 하지만 모르는 말이다. 무대공포증이 심한 나에게는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극복하려고 노력하면 어찌 되기도 하겠지만 일단은 그런 상황에 나를 놓아두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하게 된 생각이 나의 이 재치 있는 말들을 글로 옮기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수많은 말들을 글로 옮길 수 있다면 인기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글은 진지해지기 쉬워서 아직 이런 나의 재능이 잘 발휘되지 않는다. 계속하다 보면 말처럼 글이 쉽게 튀어나오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바랄 뿐이다. 대화 중에 가끔 던지는 나의 말이 좌중을 사로잡는 것처럼 나의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날을 꿈꾸며 오늘도 나는 아무 말 대잔치의 글을 열심히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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