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글쓰기는 늘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그것을 하고 있다. 조명이 조금 어둡고 주변에 수다를 떠는 사람들 때문에 정신이 없기는 하지만 노트북을 열고 끊임없이 손을 움직이며 글을 쓰는 멋진 일을 지금 하고 있다.
도대체 오늘 잠을 잘 수는 있을까. 오후 시간에는 늘 디카페인을 마셨는데 깜박하고 벤티사이즈의 아메리카노를 시키고야 말았다. 그에 어울리는 몽블랑 케이크를 옆에 두고 글을 쓰는 이 순간이 어쩐지 매혹적이다.
어디서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매일 글을 쓰면 작가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뭐가 됐든 일단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이라는 것이 쓰다 보면 늘고, 늘면 쓰게 되고, 또 쓰다 보면 늘고, 그러다 보면 작가가 되는 거겠지.
아직까지 글쓰기의 효능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오래전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재미있는 것 같다.
유능한 작가들은 자신의 과거 글을 읽으면 부족한 면이 눈에 띈다고 하는데 난 ‘내가 진짜 이 글을 썼어. 너무 재미있는데.’하면서 감탄사를 내뱉곤 한다. 아마도 보는 눈이 없어서겠지.
내가 쓴 글을 브런치에 올리고 있지만 가족이나 지인에게는 비밀이다. 나를 전혀 모르는 타인이 내 글을 읽는 건 부담이 없지만 가족이나 지인은 부담스럽다.
아무래도 그들이 내 글에 출연할 가능성도 있고, 그런 걸 의식하다 보면 글쓰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비밀리에 그들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어찌하다가 남편이 내 글을 찾아 읽는 바람에 남편을 주인공으로 글쓰기가 어려워졌다. 남편이 읽을 거라 생각하면 솔직하게 글을 쓰기가 어렵다. 좋은 사람으로 쓰자니 자신이 그렇다고 착각할까 두렵고 나쁜 사람으로 쓰자니 대놓고 그럴 수가 없어서 난감할 따름이다.
카페에 오는 사람들을 보면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혼자 와서 공부하거나 노는 사람, 여러 사람이 모여서 스터디하는 사람, 여러 사람이 와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 나는 이 세 부류 중에 세 번째로 친구들과 와서 수다 떠는 용도로 주로 카페를 사용하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첫 번째 부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여기에 와 있다.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카페에 혼자 와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은 많기에 어색하지 않아서 좋다. 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라 튀는 사람이 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카페에서 혼자 노트북을 두드리는 모습은 일반적인 것이라 아무 부담 없이 이 일을 하고 있다.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한 끼를 때우면서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고나 일을 하기에도 좋다. 집에 있는 것이 조금 더 편하기는 하겠지만 뭔가를 집중적으로 하기에는 카페만 한 곳이 없다.
나도 오늘 이곳에 올 때, 세 가지 계획을 세우고 왔다. 글 한 편 쓰기, 읽던 책 마저 읽기, 인터넷으로 여행 계획 짜기.
카페가 아무리 좋아도 4시간이 나에게는 한계인 것 같다. 이보다 더 앉아 있으면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 머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등등.
그래서 오늘도 4시간이 나의 목표이다. 일단 글쓰기를 먼저 하고 있는데 잘 되면 두 편 정도 써볼까 한다. 이 글을 마치고 쓸 다음 글의 주제가 방금 떠올랐다. 바로 쓰지 않으면 잊히기 때문에 이어서 써야 한다. 글은 많이 쓰면 늘기 때문에 꾸준히 써봐야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앞 테이블에 60대 여자분들의 대화가 계속 귀에 들린다. 조금 전에는 운전면허 반납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시더니 이제는 자식 자랑으로 화제가 넘어간 듯하다가 남자들 갱년기 얘기를 하면서 남편 흉을 보기 시작한다.
평소 카페에서 떠들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신나게 떠들고 있을 때 주변 사람들도 내 말을 듣고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다음부터는 주위 사람들을 의식해서 품격 있게 말을 해야겠다면 생각을 해본다.
나는 친구들을 만나면 어떤 얘기를 했던가. 잠시 떠올려보니, 부모님 얘기, 건강 얘기, 여행 얘기 등을 했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자식 자랑은 금기시되어서 아이들 얘기는 별로 안 하는 것 같다. 아이들 취직, 결혼, 출산 등이 용이하지 않은 시대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럼 얘기들은 어느 정도 금기시 되었다. 아이들 문제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니까.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주변이 소란스럽다. 글을 쓰려면 아무래도 아침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말 오후는 사람들이 붐비기 좋은 시간이니까. 아직은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주말이 아닌 평일은 불가하다. 그러니 주말 오전 시간을 잘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집에서 절대 안 쓰이던 글이 여기 오니까 어느 정도 쓰인다. 환경이 힘이 아닌가 싶다. 말이 되든 안되든 글을 쓰고 나중에 감탄하면서 읽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고 싶다.
어느 순간 카페가 가득 차서 양 옆에 손님들이 앉았다. 오른쪽에는 가족 앞에서 재롱을 피우는 아이가 있는 가족, 왼쪽에는 돌 정도 된 아이와 부모이다. 난 아무렇지 않은데 그들이 나를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 자판을 두드리는 나를 보면서 방해될까 봐 목소리를 낮춘다면 미안한 일이니까.
우리 모두 행복하기 위해서 이곳에 앉아 있으니까.
혼자여서 행복하고, 같이 있어서 행복한 이곳, 카페에서 드디어 글 한 편을 완성해서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