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세요

소그룹 상담을 시작했습니다(2)

by 샤인포레스트
아래의 내용은 ‘엄마성장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원더라이팅 소그룹 상담을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8번의 상담 과정을 준비하고 성장하며 글을 작성할 예정입니다.

큰일이다. 첫 번째 주말 과제부터 마음의 저항이 극심하게 올라왔다. 지난 글쓰기 모임에서 같은 크루 중 한 분께 리더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아마 몸이 더 아파질 수도 있어요. 아니면 갈등이 더 크게 생길 수도 있고요.”


내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냥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그 갈등의 오르락 내리락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했고, 나 스스로 어느 정도 갈등이라는 그놈을 어느 정도는 조절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그런데 그 일의 주인공이 내가 될 줄이야.


먼저, 죽은 줄로 알았던 알레르기가 나 살아있소 하며 올라왔다. 아직도 나는 이 알레르기의 원인을 알지 못한다. 그저 중학교 1학년 교실의 한 장면이 이 알레르기와 관련된 첫 번째 기억이다. 먹는 것과 딱히 관련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특히 눈 주변에 항상 모기에 물린 것 같은 뾰루지가 올라온다. 심할 땐 하나 둘 올라오다가 여러 개가 합쳐지고 눈두덩이가 붓는다. 그리곤 2시간 정도 지나면 가라앉는다.


14살 기억 속의 나는 교실에 엎드려 울고 있다. 아무에게도 이유를 말하지도 않는다. 손거울을 통해서 본 내 눈두덩이가 혐오스럽다. 징그럽다. 너무너무 싫어서 눈물이 났고 짜증이 났다. 하지만 나는 이 알레르기가 2시간 뒤에 사라질 것을 알기에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아프다고만 하고 2시간을 엎드려 있었다. 혼자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이 짜증을 씻기고 마음의 진동이 진폭을 줄여 잠잠해질 그때가 올 때 조용히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 알레르기는 평생 예측하기 힘든 순간 불현듯 나에게 찾아오곤 했다. 작년엔 그리 심하게 기억나는 때가 있지 않았기에 이 알레르기에 대해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며칠 전부터 알레르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시시때때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거울 속의 내가 못나보였다. 숨겨져 있던 아토피도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몇 개월간 지속되던 그와의 갈등이 끝을 모르고 계속 올라왔다. [자기 사랑노트] 책 1장에서 알코올 중독 남편을 둔 부인에게 남편이 달라지게 해 주세요 기도하지 말고 남편의 아픔을 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하도록 했다는 부분이 나온다. 갑자기 가슴에부터 깊은 저항감이 올라왔다. 상대의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 진정 애썼던 나날들을 이미 보냈기 때문이다. 애쓰고 애썼는데 결론적으론 잘 되지 않은 것에 대한 무력감, 아니면 내가 잘못해서 그랬던 걸까 하는 익숙한 죄책감. 그런데 왜 또 나만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부정적인 생각의 되뇜이 미친 듯이 반복되었다. 멈추고 싶은데 잘 멈춰지지 않았다.


내가 진정 원했던 건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이었다. 나의 눈을 바라봐주는 것. 나의 애씀에 귀 기울여주는 것이었다. 결과가 비록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부족함 보단 노력을 바라봐주는 마음, 그게 필요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아무리 상대에게 귀 기울이며 원하는 것을 맞춰주기 위해 노력해도 상대가 원하는 만큼 잘되지 않았고 갈수록 애가 너무 많이 쓰였다. 자존감이 점점 낮아졌다. 이 모든 것조차 내가 나를 먼저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둑이 무너져 생각의 홍수가 무방비 상태로 터져버리듯 삶이 흔들리고 있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카페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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