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력, 카나리아, 보초병
가끔은 세상이 참 '요지경 이다'라는 말이 실감이 나게 하는 일들이 있다. “세, 세상에! 어떻게 이런일이.......”라는 탄식이 저절로 터져 나올만큼 우리를 황당, 당황, 그리고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일들과 직면하게 된다. 1980 년 5월 18일 고향을 떠나 미국에 첫발을 내디딘 지 겨우 몇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갑작스레 위싱턴 주의 세인트 헬렌스라는 산이 폭발을 했다. 그 폭발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 무려 6만 피트나 솟구쳐 올라간 연기 기둥은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으로도 관찰될 정도였다. 폭발 전후 사진만 봐도 나오듯 산 반 토막이 날아가 버린 거대한 폭발이었다. 폭발 이후 가장 먼저 대형 산사태가 일어났는데 이때 무너져 내린 양은 서울의 여의도 전체를 덮을 수 있는 양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황폐함보다 더 잔혹했던 화산의 폭발의 후유증은 다름 아니라 헤리 R. 트루먼 (당시 나이 84세)이라는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 롯지의 소유주이자 관리인의 이야기이다. 트루먼은 화산 폭발 직전에 경찰의 수많은 피신의 경고를 끝까지 무시하고 자신의 롯지 (산장)을 떠나기를 거부하다 다른 57명과 함께 자신이 애지중지했던 16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화산재에 묻혔습니다. 살아생전 그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는 큰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잔뼈가 굵어진 사람이다. 그동안 수많은 화산 폭발의 경고가 있었지만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건강하게 잘 살고 있지 않은가? 나는 어떤 화산도 나를 헤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여러분, 지금 화산이 폭발하리라 예측한 이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 요번 주말은 날씨가 좋아 보이니 부디 세인트 헬렌스 화산 부근에 놀러 오세요."
그러나 이걸 어떡하나? 결국, 경고한 대로 그 화산은 폭발했고 그는 화산재에 묻히고 말았다. 아마도 조만간 닥칠 화산 폭발의 순간에서 이 할아버지가 보인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막무가내와 호언장담을 보면서 미국 국민들은 한 인간의 어리석은 고집과 아집 앞에서 혀를 내 들렀을 것이고 집단적인 아연실색을 체험했을 것이다. 그가 죽은 후에 절찬리에 상영되었던 영화 '단테스 피크'에 나온 노인 루스가 '고집불통' 안하무인' 또 '막무가내'였던 트루먼 할아버지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해서 나도 영화관에서 보았다. "세, 세상에!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어리석을까? 쪄져.......” 혀를 차게 하는 트루먼 역할의 루스 노인이 혹시나 나의 모습은 아닐까 평생을 두고두고 가까이 두어야 할 내 반면교사가 되었다.
그런데 아뿔싸 이걸 어떡하나 예상외로 우리 주위에는 '독불장군' 트루먼 할아버지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교수형에 처하게 되었던 어떤 사형수가 있다. 그 주에서는 관습적으로 교수형에 처해지기 전 사형수에게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오늘 마지막 교수대에 오른 이 사형수에게도 예외가 아니기에 집행관이 물었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소원이 무엇입니까?” 한참을 고개를 숙인 체 있던 슬픈 표정을 하고 있던 사형수가 마침내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예, 제 마지막 소원은 죽기 전에 내 어머니를 한번 껴안는 것입니다. 사형수의 마지막 소원은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주게 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형수의 마지막 소원치고는 참 특이한 소원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집행관은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사형 집행 바로 직전에 50대 초반의 사형수 아들이 70대 중반의 어머니와의 마지막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마지막 상봉이 주는 주제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오자 사형수 아들은 이제는 다 늙어버린 어머니를 힘껏 껴안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갑자기 참으로 '경악할 일'이 일어난 것이다. 교수형 집행을 몇 분 앞둔 아들이 어머니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자신의 어머니의 입술을 물어뜯은 것이다.
물론 어머니가 비명을 질렀고 지켜보던 간수들과 집행관들은 황급하게 아들의 머리를 잡아채며 겨우 사태를 진정을 시켰다. “야, 이 불효자식 같으니라고. 마지막 소원이라고 해서 들어주었더니 어머니의 입술을 물어뜯다니. 이게 무슨 짓이야? 도대체 이유가 뭐야?” 사형수 아들은 눈물을 흘리며 다음과 말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 남의 집 물건을 도둑질 해오면 야단을 치시는 것이 아니라, 왜 잘했다고만 칭찬해 주셨습니까? 그리고 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의 학용품을 훔쳐 오면 나쁜 짓을 했다고 호되게 책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오히려 잘했다고 격려해 주셨습니까? 만약 그때 어머니가 다른 어머니들처럼 혼내주고 매를 때려 나의 나쁘고 못된 짓을 못하도록 습관을 고쳐주셨더라면, 오늘 나는 이렇게 사형수의 모습이 아니라......어머니! 왜? 왜?” 사형수 아들만 호되게 야단쳤던 사형집행관들은 사형수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무 말도 못 하고 모자의 얼굴만 번갈아 쳐다보며 약속된 사형 집행 시간만 기다렸습니다.
오늘 나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어머니의 입술을 물어뜯은 패륜의 사형수 아들, 그리고 세인트 헬렌스 화산 폭발로 죽은 84살의 헨리 트루먼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생각하다가 문득 '탄광속의 카나리아 새'이야기가 떠올리게 된다. 이야기의 배경은 이렇다. 19세기만 해도 탄광에서 가스 중독 사고가 많았다. 그래서 광부들은 탄광으로 들어가면서 카나리아를 새장에 넣어 갱도로 들어갔다. 왜냐고요? 카나리아 새는 일산화탄소와 메탄에 유독 약하다. 그래서 광부들이 석탄을 캐다가 카나리아가 이상 증세를 보이면 즉시 탈출했다. 한낱 미물인 카나리아 새가 자신에게 맡겨진 '직무'에 충실했기에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탄광 속의 카나리아’라는 말은 위험을 예고하는 신호, 즉 조기 경보를 말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여러분, 만약에 16마리의 애완용 고양이를 키웠던 84살의 헨리 트루먼 할아버지가 반려동물로 고양이가 아니라 카나리아 새를 키웠더라면 또 그 플로리다 주의 어머니가 만약에 앵무새가 아니라 카나리아 새를 애완용으로 키웠다면 사형수 아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운명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참 다행이다. 모든 인간은 누구든지 예외가 없이 한번은 모두가 원하든 원치 않든 탄광의 카나리아 역할을 하게 됩니다. 언제이냐고요? 누울 때입니다. 히브리서 9장 27절은 '모든 사람은 반드시 예외가 없이 다 한번은 죽게 (눕게)됩니다.' 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엘리자벳 퀴블러 로스의 말을 기억해야 합니다.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좋은 것을 가르쳐 주지만 죽어가는 이처럼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죽어가는 사람 옆에 있어주지 않는다. 두렵고 귀찮고 또 자책이 되어서 살아있는 자를 위한 최고의 교과서인 죽어가는 사람 옆에서 교훈을 듣지 않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병원도 문제가 있는데 다 죽어가는 사람을 중환자실에 가둬 놓고 면회도 금지시켜 버리고 기계로 꼼짝 못하게 묶어놓아, 죽어가는 자의 지혜가 산 자에게 전달되는 통로를 막고...., ' 있다. 그래서 성경도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끝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는 이것을 그의 마음에 둘지어다 (전도서 7:2) 라고 하셨나 봅니다. 흔히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고 하지만 저는 감히 외칩니다. 사람은 누워서 비로소 확성기나 또 가장 큰 카나리아 새의 울음소리를 내게 됩니다. 부모들이 가장 큰 카나리아 새소리를 낼 때가 자녀들 앞에서 누울 때입니다.
오늘따라 신문지상에서 읽었던 기사가 가슴에 와닿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그러니까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고 있었던 시절)부터 미국 반려동물산업협회에서 작성한 통계에 의하면 약 1,620만 명이라는 적지 않은 미국인들이 카나리아 새를 반려동물로 기르고 있다고 한다. 왜 하필이면 카나리아 새일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카나리아는 가정에서 보호자와 실내환경을 공유하면서 사람의 건강 위험을 경고하는 감시자(Sentinel)의 역할에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석이조, 일석삼조라는 말이 이때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닐까 싶다. 우리를 혼탁한 실내 공기에서뿐만 아니라 혼탁한 시대의 조류에서 우리 자녀 그리고 성도님들을 살릴 '빨간 신호등' 과 '경고음'이 되는 것이다. 요번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카나리아 새가 어떨까 강도 높은 고민을 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