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로 꼬이네, 정말.
런던에서 맞는 첫 번째 아침.
우리는 버로우 마켓에서 아침을 먹을 생각으로 들떠 있었다. 빠에야와 버섯 리소토, 그리고 초코 딸기를 먹을 계획이었다.
아침에 나가면서 어제 그 종업원을 만나 방에 전자레인지를 놔주겠다는 얘기를 들었고, 나는 하루가 잘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버로우 마켓으로 향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우리의 계획은 틀어졌다.
버로우 마켓이 닫았다!?
구글 맵이 가르쳐 주는 대로 버로우 마켓으로 갔는데 이런! 버로우 마켓 입구가 굳게 닫혀 있었다.
안에는 크리스마스 장식만이 켜져 있었고 가게도 모두 문을 닫았으며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버로우 마켓 근처인지 내부인지도 모를 곳들을 헤매다가 인터넷에서 오늘이 버로우 마켓의 연말 휴무 마지막 날인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우리의 사전 조사 실패였다.
원래 닫는 요일이 아니었으니 당연히 열었을 거라 생각했고 심지어 구글맵에도 영업 중이라고 쓰여있었다.
하지만, 버로우 마켓 공식 홈페이지에는 오늘이 닫는 날이라는 게 제대로 명시되어 있었나 보다.
우리가 거기까지 몰랐을 뿐.
우리는 결국 아침을 굶은 채로 꽤 오랜 시간을 돌아다녔고, 둘 다 조금 예민해졌다. 배고파서.
그래서 내가 가져간 런던 안내책자에서 가까운 고든 램지의 가성비 식당에 가기로 했는데,
하! 여기도 아직 문을 안 열었던 것이다.
우리는 지쳐서 그냥 구글맵을 켜 그 근처 가장 가까운 파스타집으로 향했다.
이름도 기억이 안 난다. 정말 거리만 보고 찾아갔던 곳이라서.
여기도 닫았으면 정말 울고 싶을 것 같았는데 다행히 이 작은 파스타집은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 파스타는 면이 아주 독특했는데 네모난 모양에 안에 뭔가 들어있었다.
이날은 잘 몰랐지만 라비올리 파스타면이었던 것 같다.
나는 크림소스를, 친구는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시키고 핫초코도 한 잔씩 시켜 먹었다.
예민해진 기분이 달달한 핫초코를 먹으니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실제로 내 친구는 런던 여행을 통틀어 여기서 먹은 핫초코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했을 정도였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힘든 순간에 먹은 가장 맛있는 음식이 바로 이곳 핫초코였다.
나름대로 식사를 잘 마친 우리는 현금이 필요해서 수수료가 없는 ATM기를 찾아갔는데 기계도 우릴 도와주지 않았다. ATM기가 고장 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단 걸 마셔서 마음이 너그러워져 있었던 걸지도.
그리고 다음 목적지로 가까운 세인트 폴 대성당에 들어갈지, 아니면 내일 갈 예정이었던 코벤트 가든과 트라팔가 광장에 갈지 고민하다 코벤트 가든과 트라팔가 광장에 가기로 했다.
코벤트 가든에 가는 길에 세인트폴 대성당이 보여 세인트 폴 대성당의 외관은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코벤트 가든
우리는 빨간 이층 버스를 타고 코벤트 가든으로 향했다. 설마 코벤트 가든도 닫지는 않았겠지, 하며.
운영한다고 해놓고 운영하지 않을까봐 조마조마 했다. 버로우 마켓 사건 이후 노이로제가 걸린 것 같았다.
버스에서 내려 코벤트 가든에 가는 길에 수공예품 등을 파는 작은 마켓인 쥬빌리 마켓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이곳은 내게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그냥 평범한 돗대기 시장 같은 느낌이어서. 여행의 모든 장소가 다 좋기는 쉽지 않으니까.
코벤트 가든에 도착하자마자 사람이 정말 많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사람 많은 곳만 찾아다닌 우리의 여행 역사가.
코벤트 가든에는 명품 매장이 많아서 우리는 매장 내부를 구경하지는 않았다.
가운데 큰 복도가 있고 양 옆에 명품 매장들이 (명품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냥 우리는 처음 들어보거나 매우 비싼 브랜드 뿐이었다.) 줄지어 있었다.
우리는 큰 복도를 따라 걸으며 천장에 달린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했다.
거리에서 하는 해골 인형극과 마술 공연도 구경했는데 해골을 무서워하는 아이들과 마술을 신기해하는 아이들이 모두 귀여웠다.
난 사실 공연보다 공연을 신기해하는 아이들을 보는 게 더 좋았다.
닐스야드
코벤트 가든 근처 닐스야드에 가는 길에 실내 바(?)가 있어 들어가 보았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지만 크리스마스 장식이 너무 예뻐 구경을 조금 하다 나왔다.
약 10분을 걸어 (참고로 나는 걸음이 아주 느리다.) 닐스야드에 도착했다.
닐스야드는 아주 좁은 거리였지만 저마다 색색깔을 품고 있는 건물들이 있어서 간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 작아서 한 5분에서 10분이면 둘러보고 나올 수 있었다.
트라팔가 광장
우리는 코벤트 가든을 뒤로하고 트라팔가 광장으로 향했다. 트라팔가 광장은 코벤트 가든에서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지만 생각보다 가깝지는 않았다.
하지만 트라팔가 광장으로 가는 길은 정말 고풍스럽고 아름다웠다.
그래서였을까, 꽤 긴 시간을 걸어갔음에도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건물들과 흐린 하늘의 조화가 정말 영국 다웠다.
가는 길에 M&M 샵과 LEGO 상점이 있어 들러보려고 했지만 줄이 너무 길어서 둘 다 저 줄을 서면서까지 구경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 그만두었다.
어차피 우리의 목적지도 아니었으니까. 둘 다 크게 관심이 없기도 했고.
그렇게 트라팔가 광장에 도착했는데 광장 가운데는 분수가 있고 사자상도 있었다.
아이들은 분수대와 사자상에 올라가서 놀고 있었는데 우리 생각으로는 저길 어떻게 올라갔지, 싶었다.
꽤 높은 곳이었는데도 많은 아이들이 올라가 있었다. 역시 아이들이란.
트라팔가 광장 근처에는 마켓이 열려 있었는데 우리는 파스타를 너무 맛있게 먹어서 마켓은 둘러보기만 했다.
그리고 한 마켓에서는 해리포터 관련된 물품들을 팔고 있었다. 역시 해리포터의 나라.
하지만 사고싶은 마음은 안 들었던 이유가 나는 이미 예전에 (7년 전 런던에 왔을 때)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 사고 싶은 걸 충분히 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HAPEE BIRTHDAE HARRY' 케이크는 너무 귀여웠다.
마켓을 구경한 후에 서점 겸 카페에 들어갔다.
조금 놀라웠던 건 카페에서 차를 모두 따뜻하게 판다는 점이었다.
아이스로 된 차가 먹고 싶으면 카페 한쪽 냉장고의 플라스틱 통으로 된 음료를 사 먹어야 했다.
나는 아이스 케모마일이 먹고 싶었는데. 갑자기 한국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카페에 앉아 오늘 찍은 사진도 구경하고 쉬면서 에너지도 보충했다.
그리고 오늘 우리의 마지막 피날레, 윈터 원더랜드로 향했다.
윈터 원더랜드
윈터 원더랜드로 가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서 하늘에 매달린 예쁜 전구들을 보았다.
그리고 핑크색 택시(?)도. 핑크색 택시(?)는 처음 봐서 자동차에 관심 없는 나도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윈터 원더랜드에 도착했다.
윈터 원더랜드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사람 천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발 디딜 틈조차 없었고 걸어갈 때면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물살을 거스르는 연어가 된 기분이었다.
여기서 친구를 놓치면 못 찾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친구의 뒷모습을 최대한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우리는 윈터 원더랜드에 들어가자마자 핫도그 하나씩을 입에 물고 어떤 놀이기구가 있는지 구경했다.
우리가 선택한 건 관람차였는데 그냥 가까운 티켓박스에서 티켓을 구매하려 했더니 관람차 옆의 티켓박스로 가야 한대서 또 인파를 뚫고 관람차로 갔다. 40분을 기다려 관람차를 탔는데 생각보다 무서웠다.
엄청 높이 올라가서 흔들리자 꼭 떨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관람차는 재미있었고 기다린 보람도 있었다. 없으면 안 되지.
한편 우리와 같은 칸에 탄 흑인 여자분과 백인 남자분 커플이 정말 예뻤는데 특히 남자분이 내가 이번에 런던에서 본 남자 중에 제일 잘생겼었다.
원래 썰매도 타 볼까 했는데 또 기다릴 힘이 없어서 포기하고 따뜻한 실내 음식점에서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친구는 사실 처음에 오렌지 주스가 아닌 다른 주스를 시켰었는데, 원래 없는 메뉴인건지 아니면 다 떨어졌는지 없다고 했다. (거기까지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내가 임의로 내 것과 같은 오렌지 주스를 샀다. 친구가 자리에서 짐을 지키고 있어서 내가 계산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실내 음식점 천장에는 선물들이 붙어 있었는데 그것도 꽤 입체적이고 재미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보였다.
각자 오렌지 주스를 다 마시고 나서 우리는 이 사람 많은 곳을 이제 빠져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우리는 윈터 원더랜드를 나왔다.
숙소로
원래 우리의 계획은 내일 포토벨로 마켓에 가기 전에 영화 ‘노팅힐’을 다운로드하여 보는 거였는데 둘 다 너무 피곤해서 들어오자마자 잠들어 버려 그 계획은 무산되었다.
기대했던 윈터원더랜드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쇼핑을 하고 싶었던 코벤트 가든에는 명품 뿐이어서 조금은 아쉬웠던 런던에서의 둘째 날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