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꾸준히 가는 것이 좋다. 아예 멈춰버리는 것보다는.
12, 그리고 3. 이 간단한 숫자가 이 나라를 흔들었다. 22시 30분에 계엄이 선포되자 시민들이 국회로 모였고 단 3시간 만에 국회에서 계엄이 해제되었다. 12일 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었다. 그 시각 나는 유튜브로 실시간 국회방송을 보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동시에 박근혜 탄핵 당시의 생각이 났다. 거리에 뛰쳐나온 사람들, 모두가 피켓을 들고 광화문에서 서울 시청으로 걸어가던 그때의 공기가 떠올랐다. 생계가 걸린 지금 나는 밖에 못 나가,라고 변명을 하면서 내 뜨거웠던 열정과 직관은 어디로 갔는지, 라며 조금 슬펐다. 그래서 결심했다. 다시 글을 쓰기로.
사설이 길었지만, 결국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는 의미다. 2023년 1월 EBS 작가를 그만두면서(정확히는 잘리면서) 펜을 놓은 지 정확히 22개월 만이다.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 글 쓰는 사람의 모든 로망이지만,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돈을 버는 것은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20대의 나는 로망을 쫒았다. 30대의 나는 찬사를 받으려 한다.
백지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이 글에는 배경이 없다. 사진도 없다. 하물며 문단과 문단을 이쁘게 나누는 중/소주제 역시 없다. 다만 내 의도가 독자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단문으로 호흡을 계산해 작성했다. 에스엔에스와 릴스 그리고 쇼츠 등으로 모든 미디어의 흐름이 짧고 간결하게 진행되는 현재의 흐름이다.
텍스트는 현재의 흐름을 따라가되, 글의 주제는 과거로 향해 본다. 해방 이후부터 1980년대 유신 정권까지의 한국 액션영화의 역사를 발굴하고, 시간을 뛰어넘어 2020년대의 한국 액션영화의 행방을 찾으려 한다. 국내에 익숙해졌을 때 즈음엔 대공황 시기의 할리우드를 살펴보고 또다시 시간을 뛰어넘어 트럼프 정권 이후의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와 할리우드 영화계의 판도를 살펴볼 예정이다.
이제 올해가 2주밖에 남지 않았다. 날씨가 매우 차다. 여러분의 마음은 따뜻했으면 좋겠다.
2024년 12월 16일. 월요일. 21시 54분경. 강남 어느 반지하 자취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