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유니버스'의 두 번째 실사화 드라마 [조명가게]의 득과 실
*드라마 [조명가게]와 '강풀 유니버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강풀 작가의 원작 [조명가게]의 실사화가 디즈니+에서 총 8화로 막을 내렸다. 좋은 전략과 구성이다. 디즈니 플러스와 김희원 감독은 총 8부작의 [조명가게]를 4편, 2편, 2편의 순서로 개봉했다. 첫 4편에서는 각 등장인물이 겪는 미스터리를 다루고, 다음 2편에서는 그 미스터리 저변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를 설명하며, 마지막 2편에서는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미스터리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나아갈지를 설명한다.
몇몇 원작 속 설정이 수정되었다. 이를테면 본래 [아파트](2004)에서 등장하는 양성식 형사가 [조명가게]의 마지막 화에서 김상훈에게 능력을 이어받거나, 일종의 염라대왕 포지션인 가게의 사장이 사실 극 중 염을 치른 유희의 아버지이자 모종의 계약을 맺고 저승사자의 역할을 하는 소망아파트 붕괴사고의 희생자였다는 점들이다. 원작의 팬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고 팬이 아니더라도 합리적으로 납득 가능한 스토리다.
또 다른 재미는 작품 내부에서 발견하는 강풀 유니버스의 흔적들이다. 죽은 여학생 ‘박선우’가 [타이밍] 속 실종된 여학생 ‘정유희’ 혹은 ‘김영’의 다른 이름이지 않을까 하는 점. 잠깐 등장하는 손에 화상을 입은 여자 경찰관은 [브릿지]에서 양성식에게 협력하는 문유나 경사로 예상된다는 점. 그리고 현민을 잊지 못한 지영이 현민의 아파트에 악령으로 나타나 기존 [아파트] 스토리의 한 축이 될 수 있겠다는 점이 그렇다.
이렇게 [조명가게]는 [아파트], [무빙] 이후 강풀 유니버스의 기존 팬덤이 만족할 최소한의 기준을 넘는다. 이 세계관의 진주인공 중 ‘타임 스토퍼’ 영탁과 능력을 사용하게 된 성식, 그리고 [무빙]에 등장했던 희수가 등장하면서 공식적으로 [무빙] 세계관과의 편입을 공표했다. [타이밍]에서 [어게인], [무빙]에서 [브릿지]로 이어지는 스토리라인에서 [조명가게]는 전과 후의 등장인물들을 모두 등장시키면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독립적인 작품들의 세계관 확장은 강풀 유니버스에서 가장 중추적인 원동력이었다.
징검다리로서의 아쉬운 역할
그러나 단점은 그 징검다리가 어색하다는 점이다. [조명가게] 속 시간대는 2019년이다(여고생 주현주의 나이는 고등학생이고 그녀는 2000년에 태어났다). 하지만 간호사 영지는 그로부터 5년 전 구형 아이팟을 수간호사에게 선물 받았고, 현재의 현민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최신형이다. 두 인물이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시대 그리고 현주의 나이대가 일치하지 않는다. 전자기기의 기종을 상세 분석해 2019년 시간대라고 가정해도 사건 3개월 이후에 ‘정원고등학교 완파 사건’이 벌어지고 희수가 등장한다는 점 역시 시간상 맞지 않는다.
강풀 유니버스가 이전 [아파트]와 [26년]이라는 작품에서 실패한 이유는 웹툰이라는 장르가 갖는 스크롤이라는 수직적인 스토리텔링을 직선으로 펼침으로서 가속도를 달렸다는 점에 있다. 이에 반해 [조명가게]는 8개의 챕터 그리고 3개의 구성을 통해 스토리텔링의 완급 조절과 등장인물들의 입체적인 사연,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징검다리의 역할을 위해 이런저런 설정을 넣다 보니 다소 난잡해진 작품 속 시간대와 그로 인해 잃게 되는 설득력은 아쉽다. 그럼에도 희망을 걸어보자면, 아직 남아있는 남광고등학교의 박자기, 장세윤 캐릭터와 이미 성인이 된 장희수, 김봉석이 합류하는 [브릿지]의 이야기가 펼쳐지길 바란다. 2019년이라는 시간대는… 뭐 시간능력자들과 강풀 작가(이제는 각본가)가 알아서 해 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