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이준한] 미련을 두기보다 대안을 마련해야

이미 망친 일에 미련을 두기보다 다음 스텝을 준비하다

by 이준한

“아, 이거 또 왜 이래?”

요즘 키보드가 계속 말썽을 부린다. A사의 블루투스 키보드다. 2년 전 마케팅을 공부하면서 중고 아이맥 M1을 구매했는데 관련 기기들이 꽤나 편리했다. 특히 지문 인식 기능이 달린 키보드가 신세계였다. 무슨 인증이든 키보드를 두들기지 않고 손가락만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처리된다.


키보드가 이상해진 건 5개월 전이었다. 블루투스 연결이 주기적으로 끊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아예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정보를 찾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고, 신논현 역 앞에 있는 A사 매장을 찾았지만 이미 키보드가 망가졌다, 는 담당 직원의 말을 들었다. 급하게 중고거래 앱을 열어 가장 저렴한 (하지만 지문인식 기능은 없는) A사 블루투스 키보드를 마련했다. 그리고 몇 시간 전, 그 키보드마저 망가졌다.


살다 보면 이미 망가진 일에 대해 미련을 가지게 될 때가 많다. 내 얄팍한 경험 아래 많은 이들이 지난 일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걱정을 하다가 다음 일을 망쳤고, 어떤 이들은 왜 망가졌는지 기억을 더듬은 다음 다시 이어나갔으며, 소수의 사람들만이 미련을 두지 않고 재빨리 다른 방안을 찾은 후에 실행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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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취한 선택은 세 번째였다. 다행히 여분 키보드가 있었다. 모 작가에게서 받은 키보드다. 가격대도 (내 형편에 비해) 있는 편이고 무엇보다 좋아하던 작가가 쓰던 키보드이기에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었다. 그 키보드를 꺼내 usb를 연결했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생각해 보면 잃어버린 물건이나 망쳐버린 일에 대해서 대부분 같은 태도를 취했다.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신경을 쓰지 않았고, 망쳐버린 일에 대해서도 단 한잔의 고배를 마신 후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신기한 건 그런 태도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어폰을 잃어버렸다 싶으면 책상이나 가방 구석에 있었고, 망가진 일은 내 생각과는 달리 무난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무언가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면 미련을 갖지 말고 대안을 마련하자. 그리고 다음 스텝을 밟자. 그렇다면 어느 순간 더 이상 할 수 없었던 일이 이상하리만큼 합리적이지 않은 원인으로 다시 제 기능을 하는 순간이 온다. 얼마 전 나는 예전의 첫 번째 키보드를 연결해 보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거 완전히 고장 났는데요”라고 말했던 신논현역 A사 매장 수리 직원의 말이 떠올랐고 나는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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