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이렇게 지냅니다

2024년 12월 25일부터 2025년 1월 23일까지의 기록

by 이준한

눈을 뜨면 언제나 천장이 가장 먼저 보인다. 강남의 천장이 아닌, 영종도의 천장이다. 내 독립적인 공간이 아닌, 현재 내 몸을 의탁 중인 부모님 집의 천장이다. 다행히 아직 내 방은 남아 있더라.


내 몸이 “이상하다”, 고 느낀 건 작년 크리스마스 때였다. 본래 계획은 오후 반차였다. 오전만 일하고 집에 가서 쉴 생각이었다. 만날 사람은 없고 돈은 조금 있었다. 뭘 할까 고민하던 찰나 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준한 선생님. 이거 크리스마스까지 다 해주세요”


욕지기가 나왔다. 데드라인을 물어보지 않았던 내 잘못도 있지만 크리스마스 하루이틀 전에 일을 끝내라고 하는 건 강압 아닌가. 안 그래도 -직장의 모든 게시물 리뉴얼-이라는 업무를 소화하는데 장애를 겪고 있었는데 또 일이 추가됐다. 오후 반차는 날아가고 풀타임 근무를 뛰겠구나, 괜스레 담배가 피고 싶어졌다.


가만 보면 11월 중순부터 부쩍 일이 많아졌다. 쉬는 날에도 나와서 일을 했고 일이 안 끝나면 당연히 야근을 했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신체적 스트레스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욕이 많아졌다. 야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었고 전자담배를 통해 호흡했다.


그렇게 5시 30분이 되었고, 식은땀이 났다.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겠다는, 도피가 아닌 생존 버튼을 눌렀다. 대충 일을 마무리한 뒤 부원장에게 먼저 들어가겠다고 말하고 건물을 나섰다.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문자 그대로, 나는 땅 위에서 굳어버렸다. 내 몸이 왜 이러지? 고개도 들 수가 없었다. 몸이,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걸어야 했다. 몸을 앞으로 기울여 의지가 아닌 관성으로 한발 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다. 나도 그들을 이상하게 쳐다봤다. 뭘 봐요? 아니 당신이 이상하게 걷길래. 커플은 지나가세요. 기분 나쁘니까. 이 상황에서도 커플을 보면 기분이 나빴다. 아, 오늘 크리스마스지. 문장의 흐름만큼이나 시야와 호흡이 어지러웠다.


그날의 끔찍한 하루가 지나고, 내 몸은 매일매일 악화되었다.


어느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어지럽기 시작했다. 일하는 곳의 배식 이모님조차 내 혈색이 좋지 않다고 1주일 동안 말씀하셨다.


1월 10일 금요일, 나는 결국 쓰러졌다.


강남 세브란스에 겨우겨우 기어 들어가 살려달라고 외쳤다. 사실 외칠 힘도 없고 겨우내 신음소리만 내뱉었다. 응급실에 들어가 혈액검사를 하고 누워있는데, 헤모글로빈 수치가 너무 낮다고 했다. 일반인이 12라면, 나는 4였다. 어마어마한 빈혈이 그제야 이해가 됐다. 그렇게 나는 피 5팩을 수혈받고 입원을 했다.


입원해 있는 동안 직장의 인사권자들로부터 온 연락은 카톡 1개, 내시경 수술을 받은 후의 전화 1 통이었다. 그마저도 걱정보다는 “원래 몸이 안 좋았냐”는 책임회피성 발언이었다. “내가 몸이 매우 안 좋아서 십이지장에 3cm 용종이 생겼는데 병문안 한 번 안 오나요?”라고 내뱉어버리고 싶었지만 짜증이 나서 그냥 참았다. 그리고 11월 14일, 퇴원 당일 나는 퇴사를 했다.


그리고 현재, 1월 23일까지 나는 별 탈 없이 회복 중에 있다. 너무 잘 먹어서 체중은 3kg이 불었고, 빈혈 증상도 거의 없어졌다. 내출혈 때문에 누던 흑변도 점차 갈변과 함께 나오기 시작했다.


내일은 조직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다시 세브란스 병원을 간다. 조직검사 결과를 보고 앞으로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 의사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부디, 얼른 용종을 떼어버리고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이라 문장과 문단이 어지럽습니다. 다음 글은 용종을 떼어낸 이후에 쓰겠습니다. 미치도록 영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영화 글을 쓸 땐 품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렇기에 회복에 집중해야 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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