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돌아오는
토니 케이는 과연 얼마나 거친 삶을 살아왔던 걸까. 그의 영화를 보면 삶이 얼마나 거친 것인지, 이상론자와 현실론자, 망상론자 가리지 않고 견디기 힘들 만큼 세상이 우리에게 무관심하고 냉소적이라는 점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현재 한국의 추위를 상상해 보라. 딱 그 정도의 냉대가, 토니 케이의 영화에 깔려 있다. 긍정론자조차 토니 케이의 영화를 보다 보면 아, 세상은 우리 바람대로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는 노년에 이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다작과는 인연이 멀다. 그건 사실 데뷔작인 <아메리칸 히스토리 X>(1998) 이후 스튜디오와 벌인 편집권 분쟁 탓이 크다. 이후 할리우드와 추방당하다시피 한 그는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며 <레이크 오브 파이어>(2006), <블랙 워터 트랜싯>(2009), <디태치먼트>(2014) 등을 제작했다. 사실 영국인인 그가 할리우드에서 추방당한다 한들 뭐가 문제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할리우드가 대체 뭐라고.
-줄거리-
데렉(에드워드 노튼)은 3년 전 강도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그는 아버지가 죽은 이유가 유색인종들 때문이라 생각하며 극도의 분노와 증오를 내뿜는다. 집 안팎에서 모두 백인 예찬론을 펼치고 유색인종들을 욕한다. 백인 우월주의자 모임 DOC에서는 리더로 행동한다. 가족은 그의 모습을 걱정하지만, 남동생 대니(에드워드 펄롱)는 데렉의 카리스마에 반해 진정으로 믿고 따른다.
어느 날 데렉은 흑인을 사살한 죄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거기서 수많은 백인들을 만난다. 그곳에서 자신이 사회에서 어떤 위상을 떨쳤는지 설명할 겨를도 없이, 백인이 옳고 정의이며 최선이자 최고라는 그의 세계관이 무너진다. 그는 수감기간 동안 같은 백인들에게서 수많은 배신을 당한다. 그리고 유색인종에 대한 자신의 분노가 얼마나 자신의 삶을 갉아먹고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이후 출소하고 가족에게 돌아간 그는, 동생 대니 역시 DOC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영화는 데렉의 가족의 과거를 보여준다. 데렉은 본래 평범한 학생이었다. 학교 과제로 고민하고 식탁 위에서 일반적인 대화를 나누었던 10대였다. 그에게 혐오의 씨앗을 심었던 건 평소 편견이 심했던 아버지의 혼잣말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편견은 데렉에게 대물림 되었고 현재 시점에 이르러 대니에게로 확산되었다.
데렉은 가족이 원래대로 되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반성하고 동생을 구제하고 우리 가족이 평범하게 살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그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고 다시 한번 자신의 신념을 포기할 위기에 처한다.
-할리우드의 반응-
영화를 완성 후 제작사였던 New Line Cinema가 재편집을 요구했다. 에드워드 노튼이 네오 나치처럼 보인다는 이유였다. 토니 케이는 그것이야말로 미국의 역사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촬영했기에 이를 거부했다. 제작사는 완고했다. 심지어 New Line Cinema는 8주의 재편집 기간을 설정하고 그 권한을 주연 배우인 에드워드 노튼에게 부여했다.
토니 케이는 분노했다. 자신의 돈 10만 달러를 들여 미국의 35개 언론사에 에드워드 노튼과 New Line Cinema를 비판하는 광고를 실었다. 그리고 극장에 개봉되는 최종 편집본에서 자신의 이름은 빼달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 이후 토니 케이는 할리우드에서 퇴출된다.
-돌고 돌아 돌아오는 혐오-
<아메리카 히스토리 X>는 인류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차별과 배제, 혐오를 데렉이라는 남자에게 주입하고 그 반응을 살피는 임상실험 같은 영화다. 혐오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구분되어 있지 않고 과거의 혐오와 차별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것이 현재의 안녕을 담보할 수 없다.
지금의 윤석열의 모습에서는 그조차 찾아볼 수 없다. 그에 대해 집행되는 법을 극악으로 규정하고 혐오의 대상으로 규정한 후 서부 지검을 파괴하고 경찰을 폭행하며 판사를 살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물며 <아메리칸 히스토리 X>에서조차 "네가 한 행동들이 네 삶을 좋게 만들었니?"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윤석열과 그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과연 돌아볼까. 나는 회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