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쉽지 않다. 구 선생 우리 호텔은 대체 어디에 있다는 거야?
두 발이 다시 유럽의 딸을 밟는 순간, 무언가 뭉클한 감정이 밀려왔다. 사랑하는 유럽에 오랜만에 다시 돌아온 애틋한 소회를 느낀다. 역시 여행은 생존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위로이다. 비행기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뭐가 그리 바쁜지 바삐 움직인다. 우리는 수화물을 찾을 일도 없고 어차피 호텔 체크인이 오후 세 시 이후라야 가능하다고 하니 여유가 넘친다. 하지만 입국 심사장에서 만난 스페인의 모습은 우리보다 훨씬 여유가 있다. 입국 여권 스캐너 키오스크는 코드가 다 뽑혀있는 전시물에 지나지 않았고, 서로 떠드느라 정작 여권 사진과 얼굴도 확인하지 않는 심사를 거치는데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 이곳은 스페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새벽 여섯 시에 해가 떠서 아홉 시가 넘어서야 해가 지는 나라이니 하루가 길다.
출구를 나서자마자 현실이 부딪힌다. 구글 맵을 가지고 공항 내부를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현실은 다르다. 화장실 찾기도 왜 이렇게 힘들고, 버스 정류장 찾기는 또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The Terminal에 출연한 톰 행크스처럼 우리 캐리온을 끌며 공항을 이리저리 밀려다녔다. 안내판도 언어도 생소한 나라에서 공항이라는 미로에 갇힌 우리가 되어버렸다. 어렵사리 찾은 화장실. 그 작은 일이 마음에 안정을 주었다. 이제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정신 바짝 차리자.
이번 여행의 첫 관문은 공항버스를 타고 Plaça de Catalunya (카탈루냐 플라자)까지 가는 것. 먼저 교통권을 사러 갔다. 그 간단한 일도 어떨 때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 모든 것이 잘 진행이 되는 것 같았는데 결제를 하기 전 마지막에 PIN (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를 넣으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일부러 설정을 하지 않는 한 PIN을 사용할 일이 없는데. 그 자리에서 PIN을 만들어 보려 노력을 했지만 해외라 문자를 받을 수 없어 본인 인증을 할 수 없으니 실패. 머릿속이 하얘졌다. 게다가 시기적절하게 중국발 비행기가 도착을 했는지 순식간에 키오스크 주변은 시장통으로 변하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공항이 주변에서 들려오는 왕왕거리는 소리와 함께 빙빙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짱구언니가 대신 시도를 해봤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다시 시도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우리가 이번 여행에 가지고 온 두 개의 신용카드가 모두 사용 불가라면 우리는 큰 문제에 봉착을 한 것이기에 사태가 심각했다. 그런데... 결국 문제의 근원은 너무도 사소한 것으로 판명이 되었다. 미국처럼 카드를 단말기에 꽂았다가 뽑는 방식이 아니고 결제가 끝이 날 때까지 그냥 꽂아 두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우리의 버릇이 모든 것을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모든 걱정은 허망하게 해결되었다.
교통 카드는 구했는데 버스 정거장을 찾는 것은 또 다른 과제였다. 구글 맵은 사람이 실내에 있으면 GPS로 위치를 정확하게 찾지 못하는 오류를 범한다. 지도 속에 있는 우리는 공항 건물 안에서 계속 순간 이동 중이었다.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참다못한 짱구언니가 짜증을 낸다.
"일단 그냥 밖으로 나가자."
그 말에 이끌려 공항 문을 나서자 바로 눈앞에 우리가 타야 하는 A1 버스가 있었다. 늘 그렇듯, 답은 항상 가까이 있다.
버스에 오르려는 순간 용감한 짱구언니가 또 앞장을 선다. 올라 카드를 꺼내는 순간 운전사 아저씨의 얼굴이 굳어지며 뭐라고 한다. 스페니시는 못 알아들어도 대신 보디랭귀지는 금방 알아들을 수 있다. Ok. Ok. Dos, por favor!를 내뱉으며 카드를 들이밀었다. 여행 중 생존하기 위해서는 눈치와 순발력 그리고 유연함이 있어야 한다.
무사히 결제를 하고 A1 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A1 버스는 공항을 떠나 시내를 관통하는 노선이었다. 덕분에 편하게 앉아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엽서 같은 바르셀로나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아주 오래된 마을을 연상했었는데 거리가 상당히 현대적이라 적잖이 놀랐다. 약 45분 정도의 버스 투어를 마치고, 카탈루냐 광장 오른쪽에서 내렸다. 구글 맵에 의하면 광장에서 호텔까지 거리는 약 300미터. 금방 찾을 줄 알았는데 구글 경로가 끝이 나는 곳에 우리가 찾는 호텔은 없었다. 간판도 없고 입구도 없는 그냥 건물 앞에 우리는 버려졌다. 피곤한 짱구언니는 속는 셈 치고 조금만 더 내려가 보잖다. 다행히 그리 얼마 걷지 않아 우리가 찾던 호텔이 마침내 눈에 들어왔다.
아직 방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짐을 맡겨 놓고, Pan이라는 가게를 찾아가 입 천장이 다 까지는 사태를 경험하며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먹었다. 그리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 방을 받았는데 테라스 프리미엄 스위트 치고는 방이 엄청나게 작았다. 그래도 앞으로 6일간 여기서 잘 보내야만 한다. 짐 정리를 하고 샤워를 했더니... 우아~~ 몸이 풀리며 나른해진다. 오후 일정까지는 여유를 부려도 될 것 같아 잠시 침대에 누웠다. 대체 몇 시간 만에 등을 대고 누운 것일까? 이런 생각도 찰나에 지나갔다. 어느새 우리 둘은 꿈속에서 바르셀로나 거리를 헤매고 다니고 있었다. 우리 과연 오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일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