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바르셀로나 여행: 비니투스

마지막 밤, 진정한 맛집을 만나다

by 꿈 공작소

바르셀로나 여행 6일 차. 아침부터 시작된 우리의 여행은 카탈루냐 국립 미술관과 카사 밀라를 다녀오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오늘의 공식 일정은 이것으로 끝. 내일이면 바르셀로나를 떠나 다른 도시로 이동을 할 것이기에 짐도 싸야 하고 정리도 해야 할 것 같아 오후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비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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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마냥 호텔방에서 뒹굴뒹굴하기는 뭐 해서 호텔 옆에 있는 Planelles Donat를 방문해 봤다. 우유병 같은 것이 있어서 우유를 파는 집인가 했더니 1850년에 문을 연 역사 있는 가게로 누가, 아이스크림 그리고 호르차타 (horchata)를 파는 집이다. 응? 호르차타? 남미 음료인 줄 알았더니 원래는 스페인 음료라고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스페인에서는 추파 (chufa)라는 식물을 주원료로 하고 남미에서는 쌀을 주원료로 한다. 그리고 남미 호르차타에는 계피가 들어가 있다. 음료를 들고 널찍한 2층으로 올라가 호텔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람 구경을 하며 오후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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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위해 좀 이른 시간 몸을 움직였다. 이 식당은 좋은 이웃 그리다님과 패션 업계에 종사해 일 년에 한 번씩 바르셀로나로 출장을 가는 동창이 추천한 맛집, 비니투스 (Vinitus)였다. 과연 우리는 이곳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볼 것인가? 아니면 또 한 번 맛집의 배신을 경험을 할 것인가? 대기가 어마 무시하다고 해서 좀 일찍 갔더니 웨이팅 없이 바로 테이블을 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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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언니가 자꾸 딴죽을 건다.


'피이... 엄청 바쁘다고 하더니 널널하구먼. 맛만 없어 봐라.'


'아직 일러서 그래. 조금만 있어 봐.'


5분 정도가 지나니 벌써 모든 테이블이 꽉 찼고 밖에는 대기 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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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We are going full out tonight. 맛도 좋고 가격도 좋은 가짜 맥주를 시키고,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짱구언니도 Tinto de Verano (여름의 붉은 포도주)라는 칵테일도 시켰다. 음식은 타파스 집이라 양이 많지 않을 것을 고려해 골라 골라를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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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그리다님 추천 음식 맛조개 (Navajas). 미국에서 잘 먹을 수 없는 식재료이기에 반드시 시켜야만 했다. 완전히 익히지 않아 조개의 쫄깃함과 부드러운 식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하지만 좀 슴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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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그냥 스페인 가면 꼭 먹어야 하는 마늘 새우 (Gambas Al Ajillo). 역시 평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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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새우와 오징어 꼬치 (Broch Langostin). 아직까지 평범했다. 이 시기에 돌아본 주위. 모든 테이블이 착석을 한 상태였는데 우리가 셀 수 있는 16개의 테이블 중 11 테이블을 한국 사람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 식당은 왜 이렇게 한국인에게 유독 인기가 많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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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소고기와 푸아그라 (Solomillo con Foie). 이건 좀 특이했다. 푸아그라가 올라가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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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문어 요리 (Tapita de Pulpo). 문어는 짱구언니가 좋아하는 요리라 잘한다는 집 여럿에서 먹은 경험이 있어... 뭐 이것 먹다가 죽어도 모른다 같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 퍼디 (Ferdi)라고 자신을 소개한 매니저가 '다 괜찮아요?' 물으며 다가왔다. 궁금하면 참지 못하는 내가 한국인에게 인기가 있는 이 식당의 비결을 물어봤다. 그의 증언에 의하면 어느 날 한 한국 너튜버가 이곳에서 '먹방'을 촬영하고 갔는데 그 후부터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허허. 내가 무시하는 너튜버들을 인플루언서라고 대우를 해주는 이유가 있구나. 퍼디는 아주 유쾌한 사람이라 그 후로도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조금만 말을 더 길게 하면 옆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우리 테이블에 합석을 할 기세였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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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오믈렛 (Tortilla Especial). 내가 예상했던 오믈렛하고 사뭇 달라서 좀 당황했었다. 그리고 배도 어느 정도 불러오던 시기라... 가장 맛이 없었던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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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에게 배달된 이 집의 별미 꿀대구 (Bacalao All I Oli Mel). 어머! 이 음식 하나로 이 식당이 바로 맛집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입에서 살살 녹았다. 바르셀로나에 와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 중 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기분 좋은 저녁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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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단 초콜릿과 함께 먹는 추로스 (Churros con Chocolate)를 시켰는데 퍼디가 다시 나타났다.


'너네 다 먹었어? (이건 영어로 했음)'


'응, 아주 만족스러운 저녁이었어. 너네 식당이 맛집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더군.'


'디저트 하나 더 먹을 공간이 남았을까? 내가 꼭 추천하고 싶은 디저트가 있는데.'


짱구언니는 배가 터질 것 같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디저트 하나 정도는 욱여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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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프렌치토스트에 푸딩을 얹은 Torrija cremada de Sta. Teresa는 원래 부활절 때 수녀원에서 먹는 별미라고 한다. 이 집의 메뉴에 테레사 성녀 그림까지 그려놓고 미는 디저트라고 한다. 이렇게 맛있고 뜻있는 디저트를 공짜로 먹다니. 감개무량이다.

SE-80e88961-753e-4cd8-9350-b351c963189a.jpg?type=w966 비니투스 지점이 다른 곳에도 있으니 제대로 된 식당을 찾아갈 것

음식도 맛있었고, 디저트도 서비스로 제공을 받아 너무 기분 좋은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저녁이 되었다. 퍼디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퍼디는 미국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많이 선전을 해달라며 자기 명함까지 건넸다.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치는 기분 좋은 일. 이런 재미에 여행이라는 마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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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서 최소한 제대로 된 맛집 하나는 경험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웨이팅으로 북적북적한 비니투스를 떠나며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 것에 대해 감사 또 감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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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고도 해결을 했으니 이제는 그냥 밤거리를 헤매며 밤을 채워 나가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방앗간을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짱(구)새.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큰 '자라'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징징댄다. ㅋㅋ 그래 기분도 좋은데 옜다, 자러 가자. 아니, 자라 가자.


바르셀로나의 자라는 미국보다 가격도 쌌고, 게다가 부탁을 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세금 공제를 해주는 바람에 너무 편리했다. 옷 한 벌을 구입한 짱구언니가 기쁨으로 쏟아올라 하늘 높을 줄 모르고 날아다니길래 발목에 돌을 달아주어 다시 땅으로 데려와야만 했다.


숙소 쪽으로 돌아오니 우리 숙소 주변이 신천지가 되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불금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 유명한 장소도 아닌데 너튜브를 찍고 있는 사람들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거리 전체가 들썩이는 느낌이다.


골목길을 헤매다 바르셀로나 대성당 앞에 모인 사람들을 보았다. 합창단은 아닌 것 같고, 무슨 연극을 하는 것 같기도 한데 전문적이지 않은 풋풋한 매력이 있었다. 그렇게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밤이 깊어만 갔다. 정작 떠나는 마음은 아쉽지만, 네로와 꼬링이를 다시 볼 수 있는 날들이 다가오니 괜찮다. 짱구언니는 뜬금없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니 심적 부담이 생긴다는데... 일상이 있어야 또 열심히 일하고 또 이런 여행의 진가를 맛볼 수 있으니 그것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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