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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awmind Jun 24. 2024

민들레 꽃

정순 씨는 꽃을 좋아했어요.

정순 씨는 왜 꽃을 좋아했을까?


우연히 읽게 된 박완서의 단편 동화 옥상의 민들레꽃이 생각나요. 고급스럽고 살기 편한 환경으로 이름이 난 궁전 아파트에 노인이 잇달아 자살하면서 주민들이 모여 회의하게 돼요.


물질 만능주의의 시선으로 공감 없이 내놓는 해결책은 공허해 보여요. 화자인 어린 소년은 옥상에 민들레꽃을 심으면 된다고 하지만 그 의견은 어른들에 의해 묵살돼요.


화자는 과거에 부모님으로부터 자신은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끼고 자살을 결심했는데, 시멘트 사이로 피어난 민들레꽃을 보고 반성하고 집으로 돌아가요. 이 글은 물질의 감옥에 갇혀 인간성을 소멸한, 현대인의 생명 없는 욕망과 냉소를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고발하고 있어요.


민들레 꽃의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해요. 민들레꽃 또한 글에 있어 영리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은 절망에 다다를 때 죽음을 생각하고, 그 강렬한 의지만큼 살고자 하는 욕망 또한 커져요.


옥상의 콘크리트를 뚫고 피어난 가녀린 민들레꽃은, 화자 삶의 욕망을 통과함으로써 강해지고, 그 강함은 인간의 나약함을 누르고 화자를 죽음의 의지에서 삶의 의지로 데려다 놓아요.


노인의 자살을 막는 것은 쇠창살이 아니라 민들레꽃을 심는 것이라는 아이의 의견에 부여되는 타당성은, 나약한 민들레꽃이 콘크리트를 뚫고 자라는 강인함을 발현한다는 사실에서 옵니다.

 

그렇게 정순 씨는 꽃을 통해 살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려 했나 봅니다. 민들레꽃은 우리의 마음에 언제나 씨앗으로 존재해요. 부디 그 씨앗을 꽃으로 피어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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