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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awmind Jun 24. 2024

죽음이 있기에

삶이 소중한 거예요.

첫 번째 자살 기도를 실패하고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갔어요. 저는 완벽하게 혼자였고, 일을 하지 않으면 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고통의 불속에서 오래 익혀온 절망과 상처는 타들어 갈 데로 타들어 가고, 잿더미가 되어서라도 저를 덮어 버리고 놓아주지 않았어요.


두 번째 자살 기도를 앞두고 새벽의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니던 그때, 공중전화 부스가 눈에 들어왔어요. 아무 번호나 돌리고 받지 않기를 여러 번, 수화기를 타고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여보세요… … 여보세요… … 나지막이 눌러 흐느끼던 저의 절규를 그분은 느끼셨어요. 한참 뒤에 그분은, 많이 힘드시죠? 하셨어요.


그 한 마디가 통곡을 불러왔고, 어깨를 감싸는 듯했어요. 저의 동전이 다 떨어질 때까지 그분은 위로의 말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다음 날 저는 또 일상으로 돌아갔어요. 그 뒤로 몇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지금 이렇게 살아서 글을 쓰고 있네요. 기억도 바라버린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예요. 지금은 그때의 선택들이 어리석고 부끄럽지만, 그 경험 또한 지금의 저의 한 부분이기도 해요.


저는 별을 보면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함께 느껴요. 그때 그분의 위로가 별과 함께 빛났거든요. 정말 고맙고 저도 그분처럼 누군가에게, 위로되고 또 살리기도 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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