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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awmind Jun 24. 2024

나의 케렌시아

그림

문득 그림에 관해 생각해 보았어요. 그리고 자발적 고립을 시작한 이유도요. 생각이 너울너울 떠다니다 투우장의 소를 만났어요. 투우장의 진정한 주인인 소는 마타도르, 피카도르, 반데릴레로를 상대하며 힘을 거의 소진해 가요.


이제 마타도르와의 격전을 위해 케렌시아에서 숨을 고릅니다. 제가 투우장의 관점을 소에게 둔 까닭은 그는 한 번도 물러서거나 피한 적이 없다는 것이에요.


투우장 안 인간의 피신처는 따로 있어요. 아레나 밖에 두고 위험을 인지하면 그곳으로 피해요. 그것은 일종의 회피이지요. 하지만, 소는 항상 아레나 안에 있어요. 케렌시아는 소가 삶과 죽음을 두고 진력을 다해 싸워 얻은 쟁취의 장소예요. 그곳에서 숨을 고르며 마지막으로 그 숨을 토해낼 준비를 해요.


저는 자발적 고립에 관해 다분히 부채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회피와 실패였나? 나의 의지와 존엄, 격렬했던 싸움을 스스로 밟았는가? 저는 그 부채감을 놓아주었어요. 자발적 고립도 그림도 나에게는 케렌시아임을 깨달아요. 그리고, 희열을 느끼며 붓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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