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잠실타워는 너무 크고 높아서 퇴근 후에도, 친구들하고 놀 때도, 심지어 타지를 가려 저 멀리 가도 보인다. 그래서 항상 속으로 ’나는 쟤를 기준으로 빙빙 돌기만 하네‘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재밌는 건 서울에 이사 온 초반에 직장 동료에게 이 말을 듣기도 했다.
어느 날 잠실타워 가까이 지나가게 되었는데 문득 깨달음이 왔다. 어마어마하게 큰 저 잠실타워! 쟤를 안 보는 방법은 저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밖에는 없구나! 떠날 수 없다면! 아, 내 삶도 마찬가지.
난 벗어날 수 없는 과거의 한 기억 속에서 나는 빙빙 돌기만 했다. 이걸 이기지 못하고 회피만 해왔던 내가 이 괴롭고 처참한 굴레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회피하지 말고 직면하는 방법이었던 것. 애써 외면했던 굴레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그저 내 삶, 그저 내 일부분으로 만들어 버리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공에서 줄타는 사람이 줄에 익숙해지고, 단련이 되면 더 이상 줄을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그 말이 생각났다. 다시 시작함에 있어서 두려워하지 아니할 것은, 나는 이미 수없이 회상하는 굴레 속에서 단련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