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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자 까 Dec 31. 2023

태풍이 쓸고 간 후

거시적 관점에서 본 태풍은 참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태풍은 지구의 공기를 순환시켜 주며, 대기의 공기를 깨끗하게 하여 새로운 것으로 채워줍니다. 또, 더러운 물을 청소해 주기도 하고 물이 부족한 국가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도 합니다. 지구의 건강을 위해선 밉지만 필연적인 존재인 셈이죠.


우리의 삶 또한 거시적인 관점에선 태풍이 꼭 필요합니다. 사람은 살아가는 시간이 쌓일수록 취향은 확고해지며, 생각은 고집을 넘어 곤조가 되기도 합니다. 그 거대한 대자연도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계절과 날씨로 청소하고, 데우고, 피우고, 썩히는 과정을 겪는데, 자연에 속한 자그마한 사람은 그 과정이 두려워 피하기만 합니다. 감정도, 생각도, 기회도, 지식도 다 오고 가는 그저 흘러가는 것일 뿐인데, 왜 우리는 이 과정을 두려워할까요? 자신을 부정당하는 기분에 들기 때문일까요?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며, 나의 부족한 점과 잘하는 것을 아는 ‘메타인지’의 과정은 정말로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부정당하는 기분을 이겨내는, 이 연단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죠. 온 우주가 사랑하고 도와주는 사람은 이 과정을 필히 겪고, 과정이 주는 메시지를 들을 줄 아는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모든 이가 나를 미워하는 비바람의 과정과, 나의 오래된 생각이 새로운 관점으로 발전하게 되는 정화의 과정. 메말랐던 감정이 예상치 못한 경험으로 범람하게 되는 기이하고 애틋한 과정. 태풍이 쓸고 가는 순간은 세상을 미워하는 감정들로 가득하지만, 쓸고 간 이후의 난 누구보다 단단하고 트여있는 사람이 될 것을 알기에, 저는 이 과정이 참 매력적이라 여겨집니다.


지금 당장의 메마름과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 이겨내세요. 태풍이 남겨놓은 매력적인 선물을 기대해 보세요. 다양한 감정의 길을 통해 누구보다 솔직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때때론 비합리적인 것에 애정을 쏟을 줄 아는, 낭만 있는 하루에 행복을 느끼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12월의 끝자락, 염일함을 사랑하는 어떤 이의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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