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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자까 Sep 23. 2023

5만원은 왜 접혀 있었을까

고모집 을 떠나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고모는 내게 10시까지는 들어오라고 했다. 고모부가 잠을 못잔다는 이유였다. 휴가 마지막 날 10시에 들어 갈 수 없다고 판단했던 난 마지막 날이라 조금 늦게 들어가겠다고 했다. 집에 들어가니 시간은 12시 역시 두분 다 잠을 못 자고 날 기다리고 계셨다. 나이가 드신 탓에 예민해졌기 때문이라 했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급하게 내가 해장하려 산 요플레를 내밀었고, 그러고서는 방 안에 들어와 끔직한 숙취를 이겨내려 노력하며 잠이 들었다.

아침에 고모부가 내 잠을 깨웠다.아침 7시 반까지 출발하는 기차를 타려면 지금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거실 주방에는 아침으로 먹을 빵과 우유와 그리고 내가 어제 건넸던  요플레가 놓여있었다. 나는 아침을 잘 먹지는 않지만 자리에 앉아서는 먹는 척을 했다. 우물거리며 어색하게나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갑자기 고모는 내게 5만원을 건넸다. 난 이 5만원이 내가 받는 월급처럼 어디서 오는 지 안다. 그녀와 그가 쓰기에도 빠듯한 돈일 것이다.


왜 고모들이 그리고 할머니들이 주는 돈들은 항상 꼬깃하게 접혀 있을까.몇년전 할머니도 언제나 4번정도 접혀있는 5만원을 건넸었다. 손주를 줄 생각 하며 나를 기다리며 5만원을 접었다 폈다 하는 그녀를 생각한다. 할머니를 똑 닮아 있는 그녀의 딸, 내게는 고모인 그녀가 주는 5만원도 할머니의 5만원을 닮아있었다.


24살인 이제는 성인이 된 나는 아직도 용돈을 받는다. 24살이 되어서도 나는 할머니가 살아있었어도 용돈 같은 건 주지 못했을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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