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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자까 Aug 14. 2023

자물쇠 반

입시는 아이들을 어떻게 파괴하는 가

우영우:  "열두 명의 어린이들이 다녔던 무진학원은 자물쇠 반 운영으로 유명합니다.

자물쇠 반이란 학생들을 종일 붙잡아 두고 공부만 시킨다는 뜻으로 무진학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학원이 끝나는 밤 10시까지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은 아예 주어지지 않고 화장실도 허락을 받고 가야 하는데 하루에 화장실을 두 번 이상 다녀오는 어린이는 공부할 준비가 안 되었다며 집에 돌려보낸다고 합니다. 무진학원은 숙제를 안 해 오는 어린이를 체벌해도 좋다는 학부모의 동의서를 받는 걸로도 유명한데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런 무진학원의 인기는 최고입니다."


유치원 떄 , 국어 수학 영어는 물론이거니와 바둑 태권도 미술 피아노 심지어 주산까지 유치원생이 다녀볼 수 있는 학원은 모두 다녔었다.


중학교에 올라와서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는데, 광주에서도 학원가가 몰려있는 동네에서 나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보냈다. 10시부터 영어학원에 다녀와 점심을 먹고 과학학원으로 떠난다, 과학학원이 끝나면  저녁을 먹을 시간이 없어 닭강정 집에 주로 갔다. 거기서 파는 주먹밥을 먹으면 국어학원에 조금 늦을 수 밖에 없지만 나는 꾸역꾸역 입에 집어넣으며 학원에 도착했다.


힘든 상황처럼 묘사했으나, 난 힘들지 않았다. 중학교 쯤 되니, 일주일 내내 학원을 돌리는 건 익숙해졌고, 나의 당연한 의무처럼 느꼈기 때문이였을까? 주말에 친구랑 노는 것도 그 시절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먹는 게 가장 즐거웠고 학원에서 가끔 선생님이 딴소리를 할 때, 가끔 학원에서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고 장난을 칠 때 혹은 학원에서 본 시험에서 뛰어난 성적을 얻었을 때 나는 큰 즐거움을 느꼈고 그 힘으로 그 시절을 당차게 이겨냈었다.


드라마에서 아이는 "미정"을 받았다고 울고 있었다. 3시부터 10시까지 수학문제를 풀었는데 다 못풀면 미션실패로 학원에 남게 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내가 다녔던 영어학원 중 이름이 TOFIA 라는 학원이 있었다. 그 때 학원을 다니는 우리는 토가 나오고 피가나오고 아픈 학원이라며 (유치하네...) 학원을 욕했었다. 그 학원에서도 "미정"이라는 의미와 상통하게 "STAY" 라는 제도가 있었다. 단어 시험을 본 후 커트라인 이상 틀리면, 학원에 남아 깜지를 작성한다. 하지만, STAY 는 깜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못했다는, 좌절감 엄마에게 연락하여 꾸중을 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 집에 돌아가서 쉬지 못하는 어려움 등등 STAY는 그 본래의 목적보다 아이였던 나의 마음을 상처냈었다. 첫 STAY 를 받은 나는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덕분에 울보라는 닉네임을 얻을 수 있었다.


어릴 때의 기억은 생각보다 이후의 어른의 삶에

꽤 큰 진흔을 남긴다. 조금은 기형적인 학원의 경쟁시스템은 효과적이지만 아이들을 기계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주체적이지 않은 꽤 많은 아이들은 그 생각을 그대로 흡수하여, 자신의 정체성으로 정착시킨다.

공부를 못하면 선생님들의 눈초리와 엄마의 잔소리를 받는다. 노는 건 잘못된 것이다. 공부하는 행위는 이후 미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한 지름길이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지금의 행복을 상당 부분 양보해도 된다고 말한다. 우린 과거에 받지 못한 행복을 보상받는가?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왜 방황을 하고있을까?  대2병은 왜 존재하는 걸까? 난 행복을 미룬 대가로 이 질문들에 답변해야 했었다. 그리고 하고있다.



내가 겪었던 비슷한 장면을 드라마가 조명하고 있는 것을 보니, 아직 크게 현실이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씁슬하다.

더 씁쓸한건 초등학교 때부터 어쩌면 유치원 때부터 이어진 여정이  "대학" 이라는 목표로 환원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시절엔, 그게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는 것도 그걸 대학에 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말이다.


난 결국, 좋은 학교에 합격했다.


착하고,말 잘듣는,시스템에 잘 복종하는 아이는 입시라는 큰 산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착하고 말 잘듣는 아이는, 하지만 그 산을 내려오는 방법은 아무에게도 듣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똥방구씨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행복할 자격이 놀 자격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참 다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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