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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자까 Feb 29. 2024

다른 헤어짐 어를 생각한다

또 본다는 말은 빼고

만남과 헤어짐 그 뻔한 상보 어를 몇 번이나 외쳐야 하는 곳이 군대 이외에 더 있을까.


군대 입대와 전역. 나는 가끔 꼬리에 무는 상념 중에 그것이 우리의 삶과 죽음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나 만남은 우연하고 , 헤어짐은 필연적이다. 그럼에도 다른 점이 있다면 온대로 소멸하는 ‘전역‘의 과정과 달리 ’ 죽음‘은 순차적으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


전역이 죽음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까? 좋아하는 사람이 전역할 때가 되면 기분이 왠지 생경하다. 생경한 마음으로 나는 아침에 일어나 그를 생각하면서 뻔한 단어들로 뻔한 감사 인사를 편지로 남기는 버릇이 들었다.


내 감사 편지는 꽤 잘 쓰인 탓에 재밌을 거라고 생각한다. 군대에서 내내 한 거라고는 감성 글 쓰는 일 밖에 없었는데 이게 이런 곳에 쓰일 줄이야. 어느 편지에는 ’ 난 너의 춤을 참 좋아했다 “고 썼다. 또 어떤 곳에는 난 네가 어느 날에는 tv에서 영화에서 재밌는 카메오로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썼다. 그 전역자는 내 편지 안에서 댄서, ceo, 정치인이 된다. 누군가의 미래를 점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이 있을까 생각하지만 난 이 불우한 사회에서 그가 가진 능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어떤 한 모습을 포착한다.


잘 지내라며 포옹하면서 우리 꼭 다시 보자고 말하지만, 나는 그게 ‘밥 한번 먹자’ 만큼 상투적인 말이라는 걸 안다. 이제 헤어지면 어느 순간 우연히 연락이 닫기 전에는 보지 못하겠지. 난 군대에서 그런 걸 배웠다. 매정하게 돌아서는 법. 뒤 같은 건 돌아보지 않는 법. ”또다시 만나자 “ 같은 가식적인 말에 속아 나만 바보가 되지 않는 법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또 어느 순간에는 고생했다고 안으면서 “또 보자”라고 하며 내 진심을 전하는 바보 같은 말들을 한다.


며칠 후에 맞이할 좋아하는 전역자들을 위해 ”또 보자 “가 아닌 다른 헤어짐 어를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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