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축역에서
그냥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수업에 너무나 늦어버린 탓에 비가오는 날에 어제 산 바람막이를 들고 나왔어. 입을 옷이 더이상은 보이지가 않아서 어제 15000원에 샀던 그 바람막이를 말이야..언제나 따릉이를 타고 역에 나서는데, 많이 미끄러워서 빨리 가는 것과 사고를 내는 것 중에 어떤게 좋을지 를 고민 할 정도였어. 역시나 기대를 충족해주기나 하듯이 지하철은 떠나 있었고 오랜 애타는 시간을 거쳐 비로소 탄 지하철 안에선 저녁시간에 맞춰 들이닥친 사람들과 또 좁은 곳에 갇혀서 펭귄처럼 붙어있어야 했어.
그런 좁은 곳에 손만 내놓고 휴대폰을 보는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더라. 조금 눈을 감고 있으니 여긴 지축이라고 했어 , 내가 지하철을 반대로 탔다는 걸 깨달은 건 그 즈음인데 수업에는 늦었고 비는 주룩 내리고, 그래서 그냥 그 역에 털썩 앉아버렸어. 나는 항상 운이 좋아서 앉아서 돈을 벌 기회가 많았고, 군대에서도 앉아서 시간들을 때웠지만 사회에 돌아오고 나서는 왠지 앉는 건 어려웠고 앉으면 손에 펜이든 누구든 잡아야 했거든. 그래서 그건 오랜만의 휴식이기도 했어.
지축을 벗어나면 더이상 기후동행 카드를 사용하지 못한데 2역만 지나면 더이상 서울이 아닌 곳에 나는 살고 있더라고 그걸 깨달은 것도 그리 오래지 않아. 그곳은 정차역이 지상에 있엇고 6시를 막 넘어가는 시간이라 질듯 말듯한 빛들을 볼 수 있었어. 그것들은 마음을 조금 건드리고 그래서 늦어가는 시간 몇분들은 괜히 별로 중요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어.
터덜터덜 앉아서, 초라한 마음으로 글을 쓰는데 누군가가 말하듯 좋은 글은 초라함에서 오지 않는다고 해.
잔뜩 초라해져서, 글을 마무리 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