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우리는 ‘웃음 참기 챌린지’에 착수한다. 전날, 행복을 기원하며 입으로 들이부었던 술과 안주들은 다음 날 아침 우리 얼굴을 기어이 못생기게 만들어 놓는다. 그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매일 똑같은 결말을 맞이한다. 예전에 한 프로그램에서 장도연과 박나래가 각자의 최악의 상태—산발머리에 퉁퉁 부은 얼굴로—연애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의 묘미는, 그들의 상태와 달리 태도만큼은 꽤 진지하다는 점이다. 박나래는 장도연을 잘생긴 배우와 엮어주겠다며 연신 “잘해봐~”를 외쳐댔고, 그 모습이 어쩐지 우리 집 아침 풍경과 닮아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가장 못생긴 얼굴로,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의 애인과 전 애인에 대해 이야기한다.“아니 내가 요즘 다니는 의사쌤이 너무 잘생긴 거야. 상담받으러 갔는데, 얼굴만 보고 벌써 치료된 느낌이랄까?” “아 자꾸 전 남자친구한테 연락 오는데, 귀찮아서 죽겠어.” “누나, 얘는 나를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왜 마음이 안 가지?” 그러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는, 또 빵 터진다. 특히 오이팩을 한 날이면, 웃음을 참는 건 거의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물론, 언제나 이렇게 실없는 이야기만 나누는 건 아니다. 누나는 내가 배우는 사회학에도 조금, 아주 조금 관심이 있다. 푸코니, 데리다니 하는 이름들이 등장하면, 그녀는 자연스럽게 잠자는 자세로 체념을 표현한다. 그런 방식으로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언제나 쓸데없는 글을 쓰고 누나는 레몬과 사과와 비트와 당근이 들어간 자칭 ABC주스를 만든다. 담배를 한 갑씩이나 피우는 우리 누나가 아침마다 건강을 위해 ABC 주스를 만드는 일은, 다이어트를 한다며 닭가슴살과 양배추를 매주 냉장고에 채워 넣는 나의 의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