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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자까 Aug 14. 2023

업보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2년이 지났다.

6개월에 한 번 베개피에 잔뜩 눈물을 흘려 찝찝한 하루를 맞이하는 날이 있다.

​뼈 저린 후회와 아픔을 느끼고 그걸 기록하는 게 마치 나의 업보가 된 듯 맞이하는 아침이 있다.


​그  아침은 특히 분주한 날이었다.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 머리를 만지는 일상이었다.

​이미 타버린 간장계란밥에 괜히 성을 내며 다리 아픈 그분을 도와주지 않은 형을 탓하였다.


​10시까지는 꼭 나가겠다며 다짐하며 저기 저 마룻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지어 저 있는

​먼지가 묻어 고대 유물이 된  휠체어를 꺼내는 것이었다.

​오늘은 무등산에 가고 싶은 날이었다.

​무등산에 가기 전 나는 카페를 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이 문득 드는 것이다. 아이스를 드려야 할지 따뜻하게 드려야 할지

​생각해 보니, 어차피 못 듣는구나? 손짓 발짓 해가며 아이스를 설명해야 하는 날 생각했다.

​그래도 난 왠지 들뜨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신바람이 나는 것이었다.

​시원한 그 봄날의 날씨를, 그리고 그 봄날의 날씨를 못 이겨 푸르스름하게 피어나려는 이파리들의 생명력을

​그분에게 보여줄 참이었다. 아직 촉감 영화가 나오지 않은 배경이라, 그가 매일 갇힌 방 안에서 보는 티브이는 그 역​할을 못해줄 것

​이라는 바보 같은 상상을 하기도 하였다.


​그분은 새하얗게 바래 버린 머리를  만지며 채비를 마쳤다.

​그분을 불렀다. ​

가슴이 갑자기 너무 아파왔다.

​갑자기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잠시 모시고 나갔다 오겠다는 말에 엄마의 그리고 아빠의 허락까지도 맡았는데도

​휠체어를 싣고  갈 버스까지도 알아봤는데도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라도 쳐져 있는 것 같았다.

​난 내 방에 들어가 울 수밖에 없었다. 울지 않으면 가슴이 아파왔다. 가슴이 아프지 않으면 울음이 그칠 줄을 몰랐​다.

 난 그날 무등산에 가고 싶었다. 가지 못해 힘없이 억울했던 것이다.  



그래, 힘없이 일어난 진짜의 "아침"에 나는 다음 아침에는 해외여행을 가볼까 생각했다. 그리고 흐르는 눈물을 닦

​을뿐이었다. ​그리고 내 업보는, 가끔마다 방문하는 그분을 다시 한번 더 보내며 울음에 섞인 바보 같은 글들을 기록하는 것이였​겠구나 깨달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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