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로
가수 한로로의 <다시 사랑하게 될거야> 라는 곡에서는 “ 뭐가 그리 샘이 났길래 그토록 휘몰아쳤는가? ”는 가사가 나온다. 하루에 12번은 듣는 곡이었지만 3달은 더 들어서 감흥이 없어질 때 즈음, 우연히 친구 하나가 내게 이 노래를 보냈다. 비참한 자신을 돌아보고 그러면서 성찰하고 나서는 결과적으로 나를 사랑하는 결말에 이르는 내용이었다. 단지 멜로디가 좋아서 들어왔는데, 뜻을 알고나서야 무의식적으로 내가 그 노래를 반복해서 틀고 있었던 이유를 알았다. 가사의 말마따라 나는 뭐가 그리 샘이 나서, 그토록 휘몰아치고 있을까. 나에 대한 자조였으며 또 무의식적인 성찰이 그곳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버둥대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생각한다.
아니 그것도 싫다, 다 귀찮다. 운동이나 가자.
이어폰을 빼버리고, 집 청소를 마치고 운동복으로 가볍게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자기 혐오를 끝없는 샘과 질투로 바꾸어버린 지 오래, 꾸준한 운동의 결과로 붓기 하나 보이지 않는 날렵한 얼굴들과 이제는 터져버릴 것 같은 내 얼굴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쳐다보고 열심히 운동을 한다.
집에 도착해서는 미리 꺼내놨던 냉동 돼지고기를 썰고 요리 프로그램에서 봤던 칼질로 마늘을 썰다가 손을 베어버릴 뻔하기도 한다. 김치찌개와 아주 곱게 부쳐낸 계란말이로 아주 맛있게 밥을 먹는다. 이상하게 별것도 아닌 요리를 할 때는 마음이 평온해진다.
어쩐지 아주 오랫동안 내게는 좋은 취미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아주 오랫동안, 나는 해가 넘어갈 때마다 인스타에 내 한해의 소감이나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적어왔다. 물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느낌은 언제나 있지만, 그 생각은 그때 뿐 아니라 언제든 머릿속에서 나를 복잡하게 하는 것들 중 하나이고, 뭐든 너무 힘이 들어가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는 걸 안다. 1년치 헬스장을 단단히 예약해놓고 ,환불을 안해주는 사장님 멱살이라도 잡는 과감함과 수영 해보겠다며 아침 6시에 수업을 잡은 당돌함이 내게는 있고 그건 언제나 나를 부끄럽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부끄러움에 대해 생각하다가 운동을 하고 , 맛있는 요리를 천천히 해서 나를 먹이고 적당한 배부름으로 한로로 가사에 대해서 골똘하게 생각한 하루가 참 소중했다는 생각이 든다. ‘ 뭐가 그리 샘이나서 휘몰아쳤던가 ’ 이번년도 언제든 떠올리고 싶은 가사이다.
이 가사를 1500번정도 듣다가 , 나를 사랑하는 감각을 떠올릴 때 즈음 이번년도는 끝나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이번해의 내 목표는 그 가사를 1500번은 골똘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