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6개월간 맥주를 끊었다고 했다.
2022년이 단 하루 남았다.
스칼렛 오하라가 버틀러가 떠난 커다란 대문짝 앞에서
"Tmorrow is another day"라고 했듯이. 어차피 내일은 또 다른 하루일 뿐인데 요란스럽다.
요란스러움에 편승해 오래간만에 3년 가까이 방송을 같이 한 아나운서 언니와 2022년 마지막 오찬을 함께 하기로 했다.
연말이라 특별히 만나는 게 아니다. 2022년을 고3아들 입시 수발이라는 더 어마어마한 특별한 일정 때문에 만나지 못해 보는 것이다.
1여 년 만에 만났는데 혈색이 참 좋아 보인다.
- 아니 언니는 나이를 거꾸로 먹수? 피부가 어째 그래?
이쯤 되면, 우리 자매님들이 안부를 묻는 전형적이고 보편적인 질문이 된다. 언니는 지극히 사회성 가득한 질문에 진지하게 대응한다.
- 나 술 안 마신 지 6개월 됐잖아. 그래서 그런가?
- 아니 그 좋은 술을 갑자기 왜 끊었대?
원래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하는 언니는 아니었지만, 조용한 고빨이 있는 사람이다. 진정으로 술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본인 말대로 1일 1 맥주를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는 칸트 같은 규칙인이었는데 말이다.
- 내가 자기한테 책을 하나 추천해줄게 읽어봐. 내가 그 책 읽고 술을 끊었어. 뭔가 강제적이지는 않은데 술 생각이 없어지고, 다시 술 마시는 나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더라고. (이하 생략)
요약하자면, TV프로그램에서 누가 추천하길래 그냥 사서 읽어본 책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금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사서 읽은 것은 아니고. 그 책이 또 강력히 음주를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책은 어찌어찌하여 언니를 금주의 삶으로 인도하였고, 지난주 일본 여행에서 그렇게도 사랑해 마지않는 생맥주를 단 한잔도 마시지 않는 경지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당장 나도 그 책을 사 보겠노라 마음을 먹고 인터넷 서점 어플을 열고, 책을 검색하여 장바구니에 담고 가차 없이 결제해 버렸다.
공교롭게도 내일은 2023년의 1월 1일. 금주를 시작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다. 그러면 오늘은 그 마지막을 찬양하기 위한 술자리를 거침없이 가지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