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음주경험자들은 각자 자기만의 숙취 해소법이 있을 것이다. 특히 술꾼으로 갈수록 숙취해소법은 매우 다양해지고 기괴해지기까지 한다.
근 30년을 술을 퍼!마셔댔던 술꾼 밍갱씨에게도 나만의 숙취해소법이 존재한다.
술을 진창 마신 다음날 눈을 뜨면, 삶은 숙주나물이 된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물을 가득 머금고 퍼질대로 퍼져서 쉬어터지기 직전의 숙주나물 말이다. 그 상태에서 왜 추락하면 머리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지의 과학적인 원리마저 체득하게 된다. 아무리 애써 노력해도 머리를 곧이 들고 앉아 있기도 힘들어진다.
잠시 내 머리에 집중을 하며 '아 어지럽네 XX'. 이 상황에서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쌍욕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여튼, 내 머리속에 힘줄이 지탱해줄게 분명한 뇌는 머리뼛속에서 따로 유영하는 느낌이 든다. 오른쪽으로 살짝 머리를 숙여 보면 뇌는 아직 왼쪽에 머무르는 기분이랄까? 한바퀴 머리를 돌려보면 뇌는 더이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대충 거꾸로 돌다가 말면서 가득 뿔이나 더욱 두통을 가중시켜버리기까지 한다. 몹쓸.
다행히, 두통 외에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건강한 위장이 어제 알콜을 온몸으로 알뜰하게 분산시켜 주었고, 내 간은 건강검진에서 조차 술한방울도 마시지 않는 토끼간이라고 의사가 감탄마지 않은 기능으로 알콜을 적절히 분해시켜 준다.
덕분에 역겨움을 동반한 속쓰림은 정도가 덜하다. 술꾼으로서의 하나의 방패막은 타고난 기분이다. 번외로 누군가 내가 임신했을 때 입덧하는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니가 진탕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기고 다음날 눈떴을 때 온몸으로 역겨움을 마주하고 있는데 눈 앞에 참소주병이 일렬로 나열되어 있는걸 보는 기분'
이라고 한적이 있다. 입덧만큼 고통스러운 숙취다.
숙취의 어두운 기운이 나를 감쌀 때쯤 되면 냄새나고 부은 내 몸뚱아리를 대충 건사해서 동네 햄버거집으로 간다. 주로 방문하는 곳은 24시간 글로벌체인의 햄버거집이다. 빅맥 세트를 주문한다. 사이즈는 업그레이드를 한다. 특히 콜라.
햄버거를 와구와구 해치우고 얼음이 가득찬 콜라를 주욱 들이킨다. 나오면서 아이스커피도 하나 추가로 주문해서 으로 돌아오면서 쪽쪽 빨아먹으면 된다.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때쯤 되면 이제 뱃속에서 무언가들이 요동치며 밖으로 탈출하기를 강력히 원한다.
그래 이제 숙취가 밖으로 배출되는 순간이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다보고 이제 샤워를 한다. 아. 이빨도 닦아야 한다. 차인표스러운 칫솔질로 온 입안 구석구석의 알콜과 안주 찌꺼기들을 다 걷어내는 기분으로 말이다.
온몸 구석 구석에 껴 있는 술때를 씻어내고 나면 내 몸 안팎으로 묻어 있던 숙취의 찌꺼기들이 모두 깨끗이 소멸하고 알콜로부터 해방된 깨끗하고 프레쉬한 몸으로 거듭나는것 같다.
그리고 다시 하루를 시작하면 된다.
각각의 숙취 해소법들은 다양하겠지만, 숙취는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술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은 술이 많이 들어가서 정신줄을 놓는다는 것 외에도 숙취 앞에서 무너지는 것 또한 포함일 것이다.
숙취에 의한 고통은 정말 어떨 때는 '차라리 죽는게 나을거야'라고 생각이 든적도 많았다. 머리는 따로 놀고 내 위장은 아무리 개워 내도 안에서 무엇인가 계속 요동치며 입에서는 차마 말못한 악취가 피어오르고, 온몸은 술먹고 1대 19로 싸움박질이라도 한 마냥 쑤셔댔으니까 말이다.
금주가 40일이 넘어서면서 여러가지 몸의 변화가 나타난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많은 날들이 지나지 않아 단정지어 이렇게 내 몸이 변했어요 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옆자리에서 숙취에 얼굴이 붓고 눈알이 토끼마냥 충혈된 동료를 아침에 만나니, 금주의 결과 중 저 고통스러운 숙취에서 해방된 것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링거도 맞으러 가보고, 아이스크림을 퍼먹어도 보고, 온 갖가지 해장국을 들이키기도 하고, 가끔 SNS에 나오는 각 국가별 해장템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었다마는 결론은 '술을 안마시면 숙취는 없다.' 라는 것이다.
오늘도 어제의 과음으로 숙취에 고통스러워 하는 자들이여, 오늘의 후회를 굳이 다음에도 반복하지 말 것이며 이참에 금주에 동참한번 해보시는건 어떠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