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릴롱궤, 말라위, 환경권
GDP로 따지자면 한국의 100분의 1의 수준. 1인당 국민 소득이 273달러. 우리나라돈으로 30만원 정도 하는 국가가 있습니다. 내전이 한참인 남수단이나 소말리아보다 낮은 경제 상황인 국가죠.
아프리카 남쪽에 위치한 '말라위'라는 나라입니다. 프랑스와 영국이 제국주의라는 광풍을 몰고 와, 아프리카지도를 펼쳐 놓고 자로 그어가며 동서방향으로 땅따먹기 놀음을 하던 1891년 영국의식민지가 되었고, 1964년에야 독립을 한 나라입니다.
다른 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과 별다를 것 없이 오랜 독재를 경험하였고, 빈부격차는 극심하며, 경제 발전도 매우 더딘 상황인데. 현재도 딱히 나아질 여지가 없어보이기도 합니다. 가는 길도 험난합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경유해서도 한참을 더 가야하는 나라이니까요. 말라위의 수도는 릴롱궤입니다.
수도의 국제공항이지만 작고 아담합니다. 비행기에서 내려선 입국장도 바람이 불면 황토 흙먼지들이 덩어리를 만들며 흩어지는 곳입니다.
맨발이지만, 원색의 원단을 곱게 차려 입은 사람들이 릴롱궤의 햇살만큼이나 환한 미소를 큼지막하게 지으며 오가고들 있었습니다.
무턱대고 상상했던 아프리카의 가난하기만 한 나라가 아니라 밝고 즐거운 사람들이 하루하루 행복하게 삶을 살악가는 곳이었습니다.
사실 21세기로 접어든 후에도 말라위의 대부분 지역은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더해 홍수와 가뭄이 매번 교차하며 말라위 땅위의 모든 것들을 매년 쓸어가면서 경제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것이 부족해보이고 마땅할 것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나라였지만, '하르마탄'이라고 불리우는 강풍이 엄청나게 불어오는 곳으로 바람 하나만큼은 부러울 것이 없는 나라입니다.
이런 공감하기조차 어려운 현실만이 가득한 말라위라는 나라가 알려지게 된 영화가 있었습니다.
실제 말라위의 14살 소년이었던 윌리엄 캄쾀바(William Kamkwamba, 1987~)의 이야기를 다룬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입니다.
홍수가 모든 것을 앗아가고, 지독한 가뭄이 끊임없이 이어지던 말라위의 한 마을에서 14살 소년인 윌리엄은
폐차장에 버려진 자전거, 낡은 전선, 송풍팬 등을 뚝닥거려서 원초적인 풍차를 만들어냅니다. 이 풍차는 마법처럼 양수기를 돌려 지하의 물을 퍼내어 땅을 비옥하게 했고, 가난하기 그지 없던 마을에 밤새 전기를 밝히는 역할을 해내죠. 윌리엄의 이야기는 말라위가 아니라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지금은 미국의 다트머스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후에 현재 정부후원으로 풍력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기적같은 이야기는 그저 힘겨운 나라 말라위의 이야기로 머무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이 차고 넘치는 지금의 사회에서 다시금 새겨봐야할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이 없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밥을 짓고,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사회생활을 영위했을테입니다. 그것들이 가져오는 삶의 편리함에 익숙해져버린 지금이야 상상만해도 불편하기 그지 없을 것 같긴 하지만요.
다시 반딧불이가 반짝이고 별들이 수없이 쏟아지던 아름답지만, 불편한 옛날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래된 석탄화력 발전소의 문을 하나 닫고, 원자력 발전소를 하나 더 지을 계획을 조금은 접어두고, 바람과 햇살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고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오랜기간 동안 인류는 아주 협소한 자원에만 몰입했지 않습니까. 석유와 석탄, 원자력 같은것들에 말입니다. 편리함에 익숙해버린 인류에게 다음 세대는 기후위기와 환경오염과 대규모 재앙의 위험까지 댓가로 짊어지고 가야합니다.
18세기 이전까지만해도 깨끗한 공기에서 숨을 쉬고 맑은 물을 마셔야 하는 것,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 권리가 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유엔에서도 특별히 다루고 있는 중요한 인권의 영역입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우리 인류에게는 아직 끊임 없이 불어오는 바람과 종말이 오기전에는 식어버릴 것 같지 않은 무한한 태양이 남아 있으니까요.
말라위만의 윌리엄 캄쾀바가 아닌, 전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윌리엄 캄쾀바들이 자라나고 연구해주길 간절히 기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