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도쿄, 일본, 존엄
일본의 수도인 대도시 도쿄에는 ‘우에노 공원’이 있습니다. 땅 값 비싸고 개발하기 바쁜 대도시 안에 꽤 큰 규모의 공원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술관, 호수에 동물원까지 갖춘 꽤 규모가 있는 공원입니다. 공원으로 개발된 것은 1924년이었지만, 이미 1873년 일본 최초의 공원 중 하나로 지정되게 되면서 점차 규모가 커지게 된 것입니다.
동물원이 특히 인기가 좋았던 이 우에노 공원에서 1907년 일본의 도쿄에서는 일왕의의 재위 40주년을 기념하여 박람회가 하나 열립니다.
이미 청일전쟁에서의 승리, 러일전쟁의 승리를 통해 완전히 조선을 식민지화게 되었고, 연이은 대국과의 전쟁에서의 승리는 일본인들의 탐욕과 야욕으로 가득한 자신감을 한 없이 상승시켜 주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폭주하는 제국주의국가로서의 욕망과 아시아의 맹주라는 겁 없는 자신감을 형상화한 것이 이 도쿄 세계박람회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보여주고 싶은게 너무 많았던 박람회였습니다. 이제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일본 박람회의 최고 목적은 일본이 아시아에서 최고의 국가이고 민족임을 증명하고 전세계에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최고의 흥행이 필요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뭐든 자극적인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법이죠. 20세기에 갓 진입한 일본 땅에서 각종 선진산업 생산물부터 대관람차, 각종 진기한 동식물들까지 그야말로 온갖 것들이 전시되었습니다. 그 수많은 진귀한 것들, 볼거리 중에 그러다보니 사람들도 들어가 있게 되었습니다. 대만관, 조선관 등의 이름으로 이미 일본의 식민지가 된 국가들의 사람들이 전통복장을 한 채 울타리 속에 전시물이 되었습니다. 꽤 인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른은 10전, 아이는 5전에 유료로 관람토록 했다고 합니다. 4개월간 이어지고 80만명이 다녀간 박람회였습니다.
당시 조선에서도 꽤 충격이었는지, 대한매일신보에서는 연일 이 사건을 보도하기도 합니다. 원시생활 재현도 아니고, 지금 이웃나라에 버젓이 생활하는 이들을 잡아와서 가두어두고 전시케 하는 일은 지금 생각이나 그 당시 생각이나 참 모질고 가혹한 행태겠지요.
대한매일신보 1907년 6월 21일자
‘오호통재라 우리동포여 예전에 우리가 아프리카 토인종을 불쌍히 여겼더니 오늘에 이르러서는 어찌 그들이 우리를 더욱 불쌍히 여기게 될 줄 알았으리오’
대한매일신보 1907년 6월 27일자
‘슬프고 애달픈 기색이 얼굴에 비치니 보는 우리가 참혹함을 느낀다.’
일본뿐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와 다른 인종이라는 이유로 ‘전시’된 역사는 많았습니다. 유럽에서 한참 개인 동물원이 유행하던 시절 흑인이 앵무새와 원숭이와 함께 동물처럼 사육되었고(참조 : 다비드 클뢰커 에렌슈트랄 「앵무새와 원숭이와 함께 있는 흑인」1670. David Klocker Ehrenstrahl - Negro with Parrots and Monkeys- Nationalmuseum, Stockholm, Sweden), 미국의 브롱스(Bronx) 동물원에서도 20세기 초반까지 아프리카 콩고에서 납치된 흑인이 오랑우탄 우리에 함께 갇혀 구경꾼들이 던져주는 음식을 받아먹었습니다. 도쿄 박람회 이전 1903년에 개최된 오사카의 국내권업박람회에서도 조선인을 비롯한 여러 인종들이 전시되었습니다.
일본 자국민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전시하는 이유는 ‘일본과의 다름’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목적은 일본이라는 국가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뛰어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다름을 이유로 차별이라는 선을 그은 다음, 편견을 심어줍니다. ”일본과 다른 아시아 민족은 다르다. 저 모양과 행태를 보라. 미개하기 그지 없구나. 그러니 일본인이 아시아의 대장역할을 할 수 밖에 없고, 이 전쟁도 아시아를 위해, 저 미개한 아시아동포를 위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아시아동포들은 함께 희생해줘야해!“라는 메시지가 가득 담긴, 그 이름이 무색한 ‘만국 박람회’의 한 단면이었습니다.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도쿄에서는 올림픽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차별의 대상이던 다른 인종이 전시되지도 않고, 하나의 공간에서 동등하게 겨루고 승리하고 혹은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성별이 다른 이들도, 혹은 성적지향이 다른 이들도 지금 도쿄에서는 차별이라는 선을 넘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일본에서 국가의 위상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인류의 가장 큰 축제이고 화합의 행사인 올림픽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이 100여년 ‘만국박람회’에서처럼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계인권선언 제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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