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바른 곳에 서 있는 목련은 꽃잎들이 한껏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엌 창문 너머 손닿을 듯한 자리에 우뚝한 녀석은 햇빛을 덜 보는 탓에 아직 봉오리를 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친구들을 더 사랑합니다. 더딘 것 같아 보이는 이 녀석들이 늦은 봄날까지 환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알기에 부엌 창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할 때마다 오래 된 친구 같습니다. 일 년 내내 가까이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죠.
목련은 꽃이 지면 잎이 납니다. 그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다시 작은 꽃눈이 돋아납니다. 그렇게 잎새에 숨은 꽃눈은 무더운 여름을 이기고 아름다운 가을을 보내고 겨울의 매서운 바람과 무거운 눈도 견디어 내고 나서야 비로소 꽃을 피웁니다. 꽃잎이 나오기 전 한 달여 동안 꽃봉오리에 물이 오르는 모습은 갓 태어난 아기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 온 이 하얀 옷을 입은 친구가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어제 친구에게서 배운 내용입니다. 목련은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 해서 木蓮으로 쓰는데, 중국과 북한에서는 나무에 피는 난이라 해서 木蘭이라고 한답니다. 중국 발음으로 읽으면 mulan이 되죠. 맞습니다. 디즈니가 중국의 전설 중의 하나인 멋진 여전사 花木蘭(Hua Mulan)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Mulan이 바로 그 뮬란입니다. 목련이 다시 보이죠?
목련은 전세계에 대략 600여 종이 있답니다. 친구에 의하면 태안군에 위치한 천리포 수목원에 가면 그 중 500여 종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훌쩍 가보고 싶네요.
2016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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