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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창 Apr 24. 2016

마중하는 설렘과 기쁨

공항에서, Love Actually

공항에 도착해서 주차하고 입국장에 앞에 서니 새벽 4시 5분입니다. 비행기는 예정시각보다 9분이 늦은 4시 9분에 도착했습니다. 게이트에 도착해서, 내리고, 입국심사대를 거쳐서 가방을 찾아 나오려면 한 시간 가까이 더 걸릴지도 모릅니다. 역시 공항으로 마중 나올 때는 도착시간보다 20~30분 늦게 와도 충분하다는 것을 그간의 많은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교통이 혼잡하지 않은 새벽길에는 더욱 그렇죠. 그걸 알면서도, 인터넷으로 도착 예정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도, 서둘러 준비해서 일찌감치 공항에 나와서 기다리게 되는 것은 혹시라도 비행기가 일찍 도착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보다는, "보고 싶었던 사람을, 기다리던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설렘과 기쁨"때문일 겁니다.


영화 속 명장면들을 꼽으라면 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영화 Love Actually의 오프닝과 클로징의 배경이 되는 런던의 히드로(Heathrow) 공항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공항에서 어떤 만남도 어떤 헤어짐도 똑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바라보는 만남의 포옹과 입맞춤 하나하나가 마치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남겨놓고 간 입맞춤의 장면들처럼 특별하고 소중합니다. 특별히, 기다리던 서로를 만나게 되는 입국장의 모습은 이 영화 Love Actually의 시작과 마지막에 꿈같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담겨 있습니다.

Love actually is all around.

영화 속에서 훈남 총각 총리로 등장해서 결국에는 품절남이 되는 Hugh Grant는 영화의 시작과 함께 우리가 찾아 나서야 하는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https://youtu.be/PMScPVO4rLw

Love Actually의 시작 장면입니다.

"Whenever I get gloomy with the state of the world, I think about the arrivals gate at Heathrow Airport. General opinion's starting to make out that we live in a world of hatred and greed, but I don't see that. It seems to me that love is everywhere. Often, it's not particularly dignified or newsworthy, but it's always there - fathers and sons, mothers and daughters, husbands and wives, boyfriends, girlfriends, old friends. When the planes hit the Twin Towers, as far as I know, none of the phone calls from the people on board were messages of hate or revenge - they were all messages of love. If you look for it, I've got a sneaky feeling you'll find that love actually is all around."


Colin Firth, Emma Thompson, Alan Rickman, Keira Knightley, Bill Nighy, Gregor Fisher, Liam Neeson, Martine McCutcheon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영국의 배우들이 총출연한 이 영화는 등장인물의 숫자만큼이나 서로 다른 모습의 사랑에 담긴 희로애락을 보여줍니다. 웬만한 드라마나 연예 프로그램에서 셀 수 없을 만큼 패러디된 그 유명한 "스케치북 고백"은 가슴에 사무치는 사랑을 담담한 아름다움으로 묘사합니다. 나탈리를 찾아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는 훈남 총리의 모습에서 사랑을 찾아 마음을 두드리던 젊은 시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제가 영화의 오프닝과 클로징의 입국장 장면 이외에 정말 사랑하는 장면은 Olivia Olson이 열 살의 나이에 Mariah Carey보다 멋지게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열창하는 부분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은 생일을 비롯한 기념일에 선물을 주고받습니다. 더욱이 인류의 반이 기념하는 크리스마스에는 빼놓을 수 없죠. 그런데, 그토록 기쁜 날들에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선물에, 늘 마음에 품고 아끼고 생각하는 사랑이 담긴, 정성을 담아 또박또박 눌러 썬 카드 한 장이 없다면 예쁘고 훌륭한 선물도 반쪽일 뿐입니다. 크리스마스에 다른 것은 전혀 필요 없고 오직 당신만 내게 있으면 된다는 초등학생의 노래는 관객들에게 사랑이 무엇이고 사랑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합니다. 연인을 찾던 훈남 총리와 비서 아가씨, 아들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던 아빠, 아내 몰래 바람을 피웠던 남편,......

https://youtu.be/R_I0ywNchVs

여러분은 크리스마스에 어떤 선물을 원하시나요?

I don't want a lot for Christmas

There's just one thing I need

I don't care about the presents

Underneath the Christmas tree


I just want you for my own

More than you could ever know

Make my wish come true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I don't want a lot for Christmas

There's just one thing I need

I don't care about the presents

Underneath the Christmas tree

I don't need to hang my stocking

There upon the fireplace


Santa Claus won't make me happy

With a toy on Christmas day

I just want you for my own

More than you could ever know

Make my wish come true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I won't ask for much this Christmas

I won't even wish for snow

I'm just gonna keep on waiting

Underneath the mistletoe

I won't make a list and send it

To the North Pole for Saint Nick


I won't even stay awake to

Hear those magic reindeer click

I just want you for my own

More than you could ever know

Make my wish come true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you baby


Oh, till the lights are shining

So brightly everywhere

And the sound of children's

Laughter fills the air

And everyone is singing

I hear those sleigh bells ringing

Santa won't you bring me the one I really need

Won't you please bring my baby to me


Oh, I don't want a lot for Christmas

This is all I'm asking for

I just want to see my baby

Standing right outside my door

'Cause I just want him for my own

More than you could ever know

Make my wish come true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All I want for Christmas)

And you, and you, and you

(All I want for Christmas)

And you

All I want for Christmas


인생의 어느 순간에서인가 간절하게 원했던 사랑이 우리에게 찾아와 일상이 되면 그만 우리는 그 사랑을 쉬이 여기게 되어 소중함을 잃어버리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에도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할 엄마나 아빠가 없다면, 선물을 나누고 사랑할 연인이 없다면, 나머지는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배우지 않아도 아는 이 진리를 우리는 가끔 너무도 쉽게 잊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911 테러로 죽어가던 사람들이 한결같이 전화로 전하던 메시지는 "사랑한다"는 것뿐이었다는 말, 가슴에 절절하게 남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보게 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그들에게 전화 한 번 더 하게 됩니다.

https://youtu.be/iEQPXDGRaEk

Love Actually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입국장 문이 열릴 때마다 앞사람들 머리 사이로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아, 저기 나오네요. 까치발로 서서 손을 번쩍 들어 크게 흔드는 저를 알아보고는 미소 짓습니다. 어서 가서 꼭 안아 주어야겠습니다.


(표지의 사진은 영화 속 장면을 캡쳐해서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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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690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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