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Song at Last Night of BBC Proms
해마다 7월 중순에 시작해서 9월 둘째 토요일에 막을 내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축제 가운데 하나인 BBC Proms는 마지막 날 마지막 곡으로 "Rule Britannia"를 연주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Royal Albert Hall은 물론, Hyde Park를 비롯해서 전국 곳곳의 공연장과 공원을 동시에 연결해서 수많은 영국민들이 함께 부르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우리도 이런 노래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미국 성악가를 데려다가도 이 노래를 부르게 하고, 독일 성악가를 데려다가도 부르게 합니다. 후렴을 합창할 때에는 모두가 일어나 유니언잭을 흔들며 하나가 됩니다. 박수와 휘파람과 손뼉과 발구름 가운데 모두가 한마음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언제 어느 때에 이런 느낌을 가질까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경우와 축구 월드컵 4강, 김연아의 스케이팅, 그리고 또 있었을까요? 아마 분명히 더 있었겠지만 그리 기억에 깊이 남은 것은 없는 듯합니다. "오 필승 코리아", "아리랑", 그리고 "애국가"를 제외하고 우리 국민들을 뜨겁게 하나로 묶어 본 적이 있는 노래가 또 있었던가요? 구슬프게 처지는 아리랑과 너무 장엄하고 엄숙한 애국가는 미래를 약속하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고 흩어진 마음을 한마음으로 신나게 열정적으로 모으기에는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낮이고 밤이고 세세대대에 한 줄 가사에 4박자 2마디 밖에 없는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에게도 "Rule Britannia"와 같은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성악가나 중국 성악가도 초대만 해주면 고맙다고 뛰어와 함께 부르고 싶어 할 그런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거 때마다 그리고 커다란 파업이 이어질 때마다 나라가 쪼개어질 듯한 경험을 수도 없이 해왔지만, 철도 파업이 4주째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누가 옳고 그른 것을 따지기보다는 그저 서로 위하는 마음을 앞세워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입니다.
2013년 12월 29일
(표지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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